한국일보

기자의 눈/ 설날에 대한 단상

2015-02-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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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하(사회부 기자)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 이래요~~”
국민 동요 ‘반달’을 작곡한 윤극영의 또 다른 동요 ‘설날’의 가사 말이다. 암울했던 일본 제국시대, 우리 민족에 희망을 전했던 이 노래를 모르는 이민 1세대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한국학교를 다니는 2, 3세 어린이들도 노래가 흘러나오면 흥얼거리며 따라 부를 정도이다.

한국에서 한민족 고유의 전통 명절인 설이 공식 공휴일로 지정된 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지난 1985년에 정식으로 명절로 지정됐으니 1896년 태양력을 받아들인 점을 비춰 보면 90여년 만에 한민족의 얼을 되살린 셈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뉴욕주정부가 미 전국 50개주 가운데 최초로 설날을 공립학교 휴교일로 공식 지정하기도 했다. 물론 휴교 지정을 학교장 재량권에 맡기기는 했지만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는 평가가 앞선다.

미국에서 음력설은 그동안 주로 ‘중국 설(Chinese New Year)’로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다. 아무래도 미국 땅에 가장 먼저 정착한 아시안 이민자가 중국인이기 때문에 음력설이 중국설로 알려진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런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음력설은 중국만이 아닌 한국을 포함해 음력을 사용하는 모든 아시아 국가가 함께 즐기는 전통 풍습이기에 뉴욕·뉴저지에서도 이를 바로 잡는 운동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대표적인 움직임이 뉴욕한인학부모협회(공동회장 최윤희·라정미)의 ‘노! 중국 설날!, 예스! 설날!(No! Chinese New Year, Yes! Lunar New Year!)’과 같은 캠페인<본보 1월16일자 A3면> 등 이다.

올해 설날에도 퀸즈의 플러싱과 맨하탄의 차이나타운, 브루클린 등에서 음력설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의 대부분은 중국 사회가 주도가 돼 마련된다. 다행히 플러싱에서 열리는 음력설 퍼레이드는 퀸즈 한인회가 공동 주관하지만 그 외 지역에서 열리는 잔치는 중국계 커뮤니티가 주도하는 만큼 타민족들의 눈에 여전히 중국 설로 인식되지 않을까 우려가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한인 학생들이 다수 재학하는 퀸즈 플러싱과 베이사이드의 공립학교들은 음력설을 공식 휴교일로 즐길 수 있게 됐지만, 앞으로는 한민족 고유의 전통 명절을 한인 2, 3세들에게는 물론 타민족들에게 널리 홍보하고 알리는데 더욱 힘을 써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 결과 뉴욕을 비롯한 미 전국 공립학교 학생들이 우리의 동요 ‘설날’을 음력설 주제가로 부르며 아시안의 전통 풍습을 알리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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