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언론인 망신이다

2015-02-14 (토)
크게 작게
김명욱<객원논설위원>

기자의 사명중 하나는 신속 정확한 보도에 있다. 시간을 다투는 언론사들의 경쟁 속에서 낙종할 경우 회사와 기사를 낚지 못한 기자에겐 크나큰 불명예가 안겨진다. 그만큼 뉴스는 시간과 관련된다. 또 하나, 기자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 알 권리를 갖고 있는 독자나 시청자들에게는 진실만을 전해야 한다.

진실만을 전해야 할 기자가 거짓을 전달했다면. 그것도 기자 자신이 관련된 뉴스에서. 한 마디로 기자의 자격 미달이다. 아니 자격보다도 양심을 속인 철면피에 속한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당연히 그런 기자는 옷을 벗어야만 한다. 자신을 속이는 것 까진 좋으나 사실을 알아야 할 독자와 시청자를 속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NBC 방송의 나이틀리 뉴스 앵커이자 편집장인 브라이언 윌리엄 스(56)가 거짓을 보도한 것이 들통 나 옷을 벗었다. 말은 6개월 정직이라 하는데 다시 돌아와 앵커를 맡을지는 그의 양심에 맡길 일이다. 그의 연봉은 1년에 1,000만 달러나 된다고 하니 웬만한 회사의 사장의 연봉보다 더 많다.

상상이 안가는 연봉에 그의 뉴스를 듣는 청취자만도 900여만명이나 된다. 왜 그런 그가 거짓을 뉴스로 내 보냈을까. 거짓은 이라크전쟁 취재 때 그가 탄 헬기가 피격됐다는 보도였다. 그런데 당시 상황을 아는 지휘관이 피격된 헬기엔 그가 있지도 않았고 그가 탄 헬기는 1시간 뒤에나 피격된 장소에 도착했다고 한다.

윌리엄스의 거짓 보도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군 기관지인 ‘성조지’는 2003년 3월24일 윌리엄스가 탄 미군헬기가 이라크군의 유탄발사기(RPG) 로켓에 의해 피격돼 지상에 불시착, 미군에 의해 간신히 구출됐다는 윌리엄스의 보도가 거짓임을 지난 2월4일 밝혔고 이에 윌리엄스는 동의하고 옷을 벗은 거다.
당시 뉴스를 통해 윌리엄스의 목숨도 아끼지 않는 기자 정신과 애국심에 미 국민은 얼마나 그를 칭송했을까. 그는 영웅이 되었고, 이 일은 그가 미국 내 최고의 앵커자리에 올라가는 커다란 디딤돌이 된 것만은 확실하다.

윌리엄스도 이미 12년이나 지난 그때의 거짓말이 지금 와서 들통 날 것은 상상도 못했을 것 같다. 기자라고 다 윌리엄스처럼 자신의 명예에 현혹돼 거짓보도를 내 보내는 것은 아니다. 목숨 걸고 사명을 다하는 기자들도 많다. 최근 세계의 골칫거리가 된 IS(이슬람국가)에 인질로 잡힌 14명 중 절반이 기자다. 미국기자 2명, 영국기자 1명, 프랑스기자 1명, 덴마크기자 1명, 스페인기자 1명, 일본기자 1명 등 총 7명이다.

이 중 덴마크, 스페인, 프랑스기자가 몸값지불하고 석방됐다. 그러나 미국기자 2명과 일본기자가 살해 됐고 나머지 영국기자는 IS에 억류 중에 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시리아와 이라크 등에서 납치된 언론인은 지금까지 47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자들이 종군기자로 참여해 목숨으로 기사를 썼다.

20년이 넘는 기자로 살아오면서 기자의 사명을 얼마나 다했고 또 기사를 사실대로 정확진솔하게 보도했는지 과거를 돌이켜 보게 된다. 혹여나 부끄러운 기사를 쓴 적은 없는지. 잘못된 보도를 통해 자신과 회사의 이익을 꾀한 적은 없는지. 독자의 눈과 귀가 되어 그들의 알 권리를 얼마나 충족시켜 주었는지 반성해 본다.

기자도 기자 이전에 한 사람으로 사람이 해야 할 도리는 지켜야 한다. 양심의 도리다. 거짓된 보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켜 잠시는 기자와 회사에 득을 줄는지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는 진실은 밝혀진다. NBC는 윌리엄스의 다른 보도들도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무슨 망신인가. 너무도 부끄러운 윌리엄스. 언론인 망신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