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식물들도 성병에 걸리나?

2015-02-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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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 가능하다


꽃가루를 통해 다른 꽃들로 전염되는 몇몇 기생균류의 존재는 식물학자들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를 식물의 성병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동물의 성병과 마찬가지로 식물의 성병 역시 숙주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

물론 동물과 식물의 성병은 개념상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식물의 성병은 직접적·물리적 접촉을 통해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중 하나다. 꽃가루처럼 균류의 포자가 강한 바람에 날리거나 곤충의 몸에 붙어 다른 식물로 이동함으로써 전염된다.


지금껏 가장 자세히 연구된 식물 성병의 원인균은 ‘마이크로보트리움 비올라세움’이다. 이 균은 꽃을 피우는 석죽과 식물에 감염되는데, 일단 감염되면 수꽃이든 암꽃이든 M.비올라세움의 포자를 키우는 인큐베이터로 전락해버린다. 그리고 호박벌 등의 곤충을 매개체 삼아 다른 식물에 전염된다.

특히 이 균은 전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식물이 더 많은 꽃을 피우도록 만드는 병을 촉발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외에 스웨덴의 식물학자인 아네르스 웬스트롬 박사와 라즈 에릭슨 박사가 또 다른 식물 전염성 균류를 연구한 바 있다. 그중 어떤 균은 꽃에서 토양으로 이동한 뒤 다음해에 자라나는 식물을 감염시켰고, 다른 식물의 꽃이 아니라 씨앗·잎사귀·줄기를 감염시키는 균도 있었다.

다만 학문적 관점에서 생식기가 없는 식물들 사이의 균류 감염을 성병으로 단정지을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그 때문에 일부 연구자들은 식물의 균류 전염을 ‘생식 질환(reproductive disease)’이라 부를 것을 제안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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