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개발붐 속 타운 인구수는 오히려 지속 감소

2025-05-27 (화) 01:31:46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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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취재 - LA 한인타운의 명암

▶ 타운 거주자 약 5% 줄어
▶ 신축아파트 2베드 4천불
▶ 급등한 주거비 등 원인
▶ 치안·노숙자·교육 문제도
▶ “공공주택 등 확충 필요”

LA 한인타운은 오랜 세월 동안 한인 이민자들에게 안식처이자 문화적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이 지역 인구는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 분석 사이트 ‘크로스타운’에 따르면 한인타운의 공식 인구는 2015년 10만6,818명에서 2022년 10만1,713명으로 줄었다.

이 같은 감소세는 한인타운의 높은 인구밀도와 상반되는 현상이다. 연방 센서스국의 2020년 센서스 조사에 따르면, 한인타운 인구는 약 11만4,000명으로 스퀘어마일당 3만9,000명에 달한다. 이는 LA시에서 가장 높은 인구밀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줄고 있다는 것은 한인타운이 직면한 복합적인 문제를 보여준다.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치솟는 주거비용이다. 부동산 전문 매체 ‘더 리얼딜’에 따르면 2024년 이후 LA 시에 승인되거나 접수된 한인타운 아파트 건설 프로젝트는 거의 2,000유닛에 달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공급 확대에도 불구하고 렌트비가 안정화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사이트 ‘질로우’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으로 LA 한인타운을 포함한 LA 지역 평균 렌트비는 월 2,983달러로, 미국 대도시 중 6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한인타운 신축 아파트의 경우, 스튜디오도 월 2,000달러 이하로 구하기 어렵고, 신축 아파트의 2베드룸 렌트비는 4,0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이 같은 렌트비 급등은 저소득층과 장기 거주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어 외곽 지역으로의 이주를 부추기고 있다.

치안 문제도 주요 요인이다. 2024년 한 해 동안 한인타운과 알링턴하이츠 일부를 포함하는 LA 경찰국(LAPD) 올림픽경찰서 관할 지역에서는 총 1만2,000건에 가까운 범죄가 신고됐다. 이는 LA 전역 경찰서 가운데 6번째로 많은 수치다. 특히 한인 피해 신고는 519건으로 LA에서 가장 많았다. 한인타운 거주자 김모씨는 “예전에는 밤에도 비교적 안심하고 다녔지만, 요즘은 낮에도 걷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교육 문제도 이주를 고민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인타운 내 공립학교 부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고, 자녀 교육을 위해 더 나은 학교가 있는 지역으로 이주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한인 윤모씨는 “지난해 좋은 공립학교를 찾아 오렌지카운티로 이사했는데, 주변에서도 이사를 고민하는 한인 부모들이 많다”고 전했다.

‘탈 한인타운’을 부추키는 요인들은 이외에도 다양하다. LA시 민원 서비스 ‘MyLA311’에 따르면 지난해 한인타운 지역의 쓰레기 불법 투기, 대형 쓰레기 처리, 낙서 제거 요청이 모두 증가했다. 이는 LA 시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노숙자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다. LA시에서 두 번째로 많은 노숙자 민원이 한인타운에서 접수된 상황이다.

주차 공간 부족과 교통 혼잡은 이미 일상화된 문제다. 주민들은 출퇴근 시간의 교통 체증뿐만 아니라, 늘어난 노점상과 푸드트럭으로 인한 거리 혼잡과 위생 문제도 지적한다. 최근 올림픽 불러버드 남쪽 버몬트 애비뉴 일대는 노점상들이 인도를 장악해 한인 비즈니스 업주들이 “노점상들로 인해 주차장 입구가 가려져 영업에 큰 지장이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인타운 시니어 & 커뮤니티센터의 박관일 사무국장은 “높은 인구밀도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한인타운이 겪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상업적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과 치안 개선, 공립학교 확충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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