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집 장만’ 바이어들 연말에도 많아

2014-11-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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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기지 이자 오르기 전 내 집 구입

▶ 대출 신청 감소로 승인율 높아

[올해 안에 집 내놓아도 된다]

추수감사절을 신호탄으로 본격적인 연말 휴가시즌이 시작됐다. 주택시장도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한산해지기 시작한다. 길거리에 나붙은 매물사인이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고 매매도 현저히 줄어드는 시기다. 동시에 셀러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시기다. 연말을 코앞에 두고 집을 내놓아야 할지 아니면 집을 보러 다니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듬해 봄까지 기다려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바이어가 많아지는 봄에 집을 내놓으면 잘 팔리고 연말은 집을 내놓는 시기가 아니라고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연말을 한 달여 앞두고 있음에도 집을 보러 다니는 바이어들이 예년보다 많아 여전히 집을 내놓기에 좋은 여건이다. 집을 내년까지 기다렸다가 내놓을 지가 고민인 셀러들이라면 올해는 그런 고민이 필요 없겠다. 올해 안에 집을 팔 계획인 셀러들이 고려할 사항들을 알아본다.


■이자율 오르기 전 내 집 마련


낮은 모기지 이자율 탓에 많은 바이어들이 아직도 주택시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양적완화 종료로 이자율이 곧 오를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연말임에도 내 집을 장만하겠다는 바이어가 예전보다 많은 편이다. 모기지 이자율은 약 4%(30년 만기) 초반대를 유지하며 유리한 주택구입 여건을 제공 중이다.

이자율이 낮으면 바이어들의 주택구입 능력은 높아진다. 모기지 이자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이 발생한다. 집을 팔아야 하는 셀러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높은 가격을 받으려면 이자율이 낮아 바이어들의 주택구입 능력이 높은 시기에 집을 내놓아야 유리하다.

현재 시기만 관건일 뿐 모기지 이자율이 내년 중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자율이 조금이라도 더 오르기 전 주택 구입에 나서려는 바이어가 현재 주택시장에 많이 남아 있다.

만약 내년 봄부터 이자율이 오르고 매물까지 증가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연말인 지금보다 집을 팔기에 불리해질 수도 있다.


■ 내년 집값 둔화하면 수요 감소

주택시장이 숨고르기에 돌입하자 주택가격 상승세도 뚜렷이 둔화됐다. 1년에 약 20%를 웃돌던 주택가격 상승률이 올 들어 한 자릿수 비율로 뚝 떨어졌고 내년에는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가격 상승이 둔화됐다고 해서 바이어들이 주택구입이 당장 늘어나지는 않는다. 주택가격 상승이 지속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 바이어들의 주택구입 수요는 오히려 현저히 감소한다. 주택가격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적극적인 구입 자세보다는 일단 지켜보자는 관망세로 돌아서는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은 내년에도 상승세가 상당폭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전망이 현실화되면 ‘일단 지켜보자’는 주택 구입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국적으로 주택가격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지역이 여전히 많지만 상승폭은 상당히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국 약 172곳 대도시 지역 중 약 125곳에서 집값이 지난해보다 올랐다. 그러나 집값이 두 자릿수 비율로 오른 지역은 16개 지역으로 지난해 3분기(54곳)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NAR를 비롯한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주택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지만 주택구입 수요가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만약 내년에도 주택가격 상승둔화가 이어질 경우 주택구입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겠지만 둔화세가 멈추거나 소폭 반등할 경우 수요가 다시 불붙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연말 셀러간 경쟁 감소하고 모기지 승인율 높아져

매년 이맘때면 길거리에 즐비하던 오픈하우스 사인이나 매물 사인이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춘다. 집이 팔려서라기보다는 연말을 거쳐 다음해 초까지 매물을 거둬들이는 셀러가 늘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쟁해야 할 셀러가 현저하게 감소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의 경우 예년과 달리 바이어의 활동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 만큼 계절적인 매물 감소로 인한 셀러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많아졌다. 집을 보러 오는 바이어가 예년보다 많아지고 이에 따라 높은 가격에 집을 팔 수 있는 기회도 높아진 것이다.

주택 매매 거래가 봄이나 여름보다 한산해지는 연말에는 주택구입 절차가 원활해지는 시기다. 주택거래가 줄다보니 대출 은행이나 에스크로 업체, 타이틀보험 업체 등의 업무 처리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모기지 대출 신청이 감소하는 시기여서 대출 승인율이 높아지고 대출 심사 때에도 불필요한 지연이 줄어들게 돼 주택거래가 원활해지는 것도 연말에 집을 내놓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다.


■ 내년 주택가격 정체 전망

온라인 매물 정보업체인 트룰리아닷컴에서도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미 둔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감지됐다. 트룰리아의 집계에서는 지난 10월 셀러들이 집을 내놓는 가격이 전국 약 100여곳 대도시 지역 중 약 91곳에서 상승을 보였지만 상승폭은 전년 동기 대비 약 6.4%에 그쳤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질로우닷컴도 주택가격 상승 하향 전망을 내놓았다.

질로우닷컴이 주택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올해 말까지 주택가격이 전년 대비 약 4.8% 오르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또 주택가격 상승세는 내년 초부터 완만한 흐름을 보이면서 2019년까지 연 평균 약 3.7%씩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주택가격이 장기간 정체되면 주택구입 수요도 가격 정체현상과 맞물려 단기간에 살아나기 힘들다. 지난해 초 살아난 주택구입 수요가 내년 주택가격 둔화와 함께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기 전인 올 연말 주택처분에 나서야 할 시기로 여겨진다.


■ 절세 목적 바이어 많은 연말

연말에 집을 보러 다니는 바이어 중에는 절세를 위한 주택구입 목적을 지닌 바이어가 상당수다. 연말 전 주택구입을 완료하면 모기지 이자 비용, 재산세 비용, 기타 주택구입 비용을 세금공제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말은 양도 소득세를 피하기 위한 투자자들의 주택구입 활동이 치솟는 시기다. 여름철 성수기 동안 투자용 주택을 처분한 뒤 양도 소득세 유예 목적의 주택구입 시기가 끝나기 전인 연말까지 집을 보러 다니는 투자자들이 많다.

연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바이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보다 적절한 판매 전략을 수립해 연말 바이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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