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nd of Life Care

2014-10-07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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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동 현 <내과 전문의>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평균 수명이 연장되었다. 과거에는 고희라고 하여 70세를 넘기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주위에서 100세가 넘는 분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으면 더 없이 좋은 일이겠으나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 많은 경우가 많다. 필자는 내과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부전공으로 노인 의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종합병원 뿐 아니라 양로병원, 재활병원, 호스피스 케어 등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만성 폐질환으로 인해 기계 호흡기에 의존하면서 잦은 폐렴의 발병으로 수년간 고생하시던 환자 분, 말기 심부전으로 종합병원과 양로병원을 오가면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여러 검사와 시술로 보내시던 분들을 볼 때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하는 의구심이 자주 들곤 한다.


물론 이러한 검사ㆍ시술 및 치료로 병세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거나 최소한의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면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실이다.

예를 들자면 급성 뇌경색으로 연하 장애가 있어서 feeding tube를 통해 위 장관으로 직접 영양을 공급하는 인공영양 요법을 하는 경우, 환자의 증상 호전이 기대되거나 연하 장애를 제외하고는 다른 인지적ㆍ육체적 기능이 어느 정도 보존되어 있는 이러한 시술을 고려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중증 치매나 말기 암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의 경우 이러한 생명연장 시술로 얻을 수 있는 득보다는 흡인성 폐렴, 감염 등 합병증의 위험이 커지는 것도 필자가 많이 보아온 사실이다.

또한 말기 심질환이나 폐질환으로 병세의 근본적인 호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 혹은 수개월 간격으로 ICU(Intensive Care Unitㆍ중환자실)로의 입원ㆍ퇴원을 반복하는 경우 통증을 동반할 수 있는 여러 시술과 혈압ㆍ호흡유지를 위해 인위적으로 사용하는 정맥 약물요법 등으로 환자의 고통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영화에서도 마지막 장면인 라스트 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여 영화 제작자들이 고심하여 정성을 다해 만든다고들 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병의 경과가 말기 또는 회복불능 상황에 접어들 경우 고통이 수반되는 여러 생명연장 시술보다 호스피스 케어 등을 통해 기존 약물치료를 대폭 줄이고 산소(기계호흡이 아님), 몰핀, 이뇨제 요법 등을 통해서 호흡곤란 및 통증 치료에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한 환자 케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또한 반복되는 검사와 입원 치료에 소비되는 시간을 가족, 친지와 좀 더 같이하며 삶의 마지막 장을 여유 있고 평화롭게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동현 내과 (213)739-8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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