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외면 받는 HIV 예방약

2014-10-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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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인 HIV의 전염을 막아줄 약이 이미 개발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지난 2012년 미 식품의약국(FDA)이 ‘트루바다(Truvada)’를 에이즈 예방약으로 공식 승인했다.

UC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HIV 연구자 로버트 그랜트 박사에 의하면 이 약은 HIV의 복제능력을 차단, 에이즈 감염을 막는다.

“정말 대단한 약품이에요. 이로써 아직 HIV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지켜낼 길이 열렸습니다.”


2012년의 실험 결과, 트루바다를 매일 복용하면 HIV 발병률이 92%나 떨어졌다. 콘돔과 함께 사용할 경우 사실상 완벽한 HIV 방호력을 갖출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FDA 승인 이후 미국에서 트루바다를 처방받은 사람은 1만 명뿐이다. 미국 질병관리예방본부(CDC)가 올해에만 5만명의 HIV 보균자가 새로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왜일까. 비판론자들은 트루바다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표하지만 그랜트 박사는 기우라고 말한다.

“그 사람들은 독한 약물을 사용해 HIV를 치료했던 1980년대를 떠올리고 있어요. 훨씬 안전한 치료제가 이미 나와 있음에도 말이죠.”

사실 트루바다는 지난 10년간 HIV의 치료에 쓰였다. 하지만 먹는 피임약이 처음 나온 1960년대에 이를 먹고 안전한 성관계를 가지겠다는 생각이 추잡한 것으로 낙인 찍혔듯 트루바다 역시 그와 동일한 취급을 받았다. ‘트루바다 창녀’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일부는 치료제가 아닌 예방약을 굳이 돈을 주고 구입해야할 필요가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보험처리가 된다고는 해도 약값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 국립보건원(NIH)의 면역학자 안토니 S. 파우치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가격은 언제나 문제예요. 하지만 HIV에 감염된 뒤 치료를 받는데 드는 비용과 비교하면 한참 저렴한 비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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