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별난 자식사랑, 각별한 가족사랑”

2014-09-1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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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논설위원)


얼마 전 50대 한인 가장이 가족을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한국에서나 볼 수 있는 끔찍한 사건에 한인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추석 다음날(9) 새벽 발생한 사건으로 주말 내내 술렁거림이 멈추질 않고 있다. 참극의 충격이 너무 컸으며 안타깝고 아픈 마음이 진정되기엔 너무 짧은 시간만이 지났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유야 어떻든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고인들의 명복을 기원하며 칼럼을 시작한다.

흔히 해도 해도 부족한 게 자식사랑이라고 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에게 아무리 줘도 부족함을 느끼는 게 부모사랑이다. 자식에 대한 사랑과 애착이 없는 부모는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별난 자식사랑’은 가정의 행복을 위협할 정도로 지나친 것도 사실이다.


한인들 중에도 ‘자식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욕심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데 익숙한 부모들이 있다. 그들은 ‘너를 위해서’라는 말로 자식들에게 너무 많을 것을 요구한다. 마치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하고 남들보다 더 잘되기를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과도한 경쟁에 내몰려 부모가 원하는 것을 못하는 자식들은 괴로워한다. 귀한 아들딸들을 사랑이라는 이름의 욕심으로 지치게 하고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식들이 잘 되기는커녕 탈선의 늪에 빠지게 되면 부모의 무관심을 탓하곤 하지만 부모의 지나친 자식사랑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게 더 큰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자식에 대한 헌신이란 몸과 마음을 바쳐 있는 힘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헌신했단 이유로 자식이 부모의 뜻을 따라주지 않거나, 의도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극도의 허탈감을 느끼거나 심지어 배신을 당했다는 생각에 우울증까지 겪는 이들도 있다. 이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부모와 자식은 주는 것만큼 받아야 하고, 받은 만큼 주어야 하는 거래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가 주는 것만큼 받을 것을 기대하는 생각 그 자체가 어리석음인 셈이다.

부모에게 자식은 분명코 ‘소중한 존재’다. 그렇다고 ‘소유물’은 아닌 것이다.
가정상담 전문인들은 자식을 마치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하는 부모일수록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 부모 중에는 자식의 생살여탈권까지 자신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고 하니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상담전문인들은 한인 가장의 ‘각별한 가족사랑’도 가정파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가부장적 사고가 강한 40-50대 한인 가장일수록 가족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존재로 착각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가장이 가족을 절대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가부장적 사고가 지나치면 처자식을 독립된 인격으로 인정하지 않고 미래 삶까지 스스로 제어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란다.

각자의 삶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잣대로만 판단해 버리는 가부장적 사고가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죽은 뒤 남겨질 가족의 고통스런 삶을 누구보다 견디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방편으로 동반자살이란 극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위험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한인 가장이 홀로 세상을 등지는 게 아니라 가족까지 함께 죽음의 길로 몰고 가는 행태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인 게다. 그렇다고 ‘죽으려면 가족은 죽이지 말고 혼자 죽어라’의 의미는 결코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목숨을 포기하지 말 것을 말함이다.

때문에 한인가장들은 스스로 독립하지 못하고 ‘누구의 아버지’, ‘누구의 남편‘으로 책임감만 느끼며 살아간다면 언젠가 가정에 비극이 찾아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가슴 속 깊이 자신과 가족이 함께하는 행복이 무언지 다시금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가정은 소중하다. 가족이 서로 사랑하는 가정은 행복하다. 가족사랑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감정이다. 가족(Family)의 어원은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첫 글자를 합성한 것이라 한다. 다시 말해 가족은 ‘아버지, 어머니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의미인 것이다.

한인 부모들이여! ‘유별난 자식사랑’, ‘각별한 가족사랑’을 하는 가족보다는 자식에게 사랑받는 아버지, 어머니가 있는 가족이 더욱 행복한 가정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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