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후반까지만 해도 암치료 약제라고 하면 항암제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호르몬 치료제도 있었지만 그 역할이 크지 않았다.
항암제는 한 개의 세포가 두 개로 나뉘어지기 위해 유전물질인 DNA를 복제하는 과정을 공격하여 세포를 죽였다. 따라서 우리 몸에서 빨리 자라는 세포, 즉 자주 나뉘는 세포를 주로 공격하는 약제이다. 물론 암세포가 가장 빨리 나뉘지만, 정상세포 중에서도 비교적 빨리 자라고 나뉘는 세포들이 있다. 예를 들어 모발, 점막, 골수세포 등은 빨리 나뉘기 때문에 항암제의 공격을 받아 손상을 입게 되어 부작용이라는 것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부터 어떻게 하면 정상세포는 손상을 입히지 않고 암세포만 공격하여 죽일 수 있나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1999년에 이르러서야 진정한 의미의 임상 적용이 가능한 표적치료제가 개발되었다. 바로 이마티닙(Imatinib), 상품명 글리벡(Gleevec)이란 약이 치명적인 혈액암인 만성 골수성 백혈병(chronic myelogenous leukemia)에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 표적치료제의 효시라 할 수 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특징적인 유전자의 이상(BCR/ABL)으로 인해 필라델피아 염색체라는 비정상적인 염색체가 만들어져 궁극적으로 백혈구 수가 증가하는 일종의 혈액암이다.
표적치료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평균 생존기간이 2년이 안 될 정도의 무서운 병이었다. 이마티닙은 바로 이 비정상적인 BCR/ABL 유전자를 억제하여 더 이상 백혈병 세포가 증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치료제이다.
무작위로 빨리 자라는 모든 세포를 죽이는 대신, 암에서만 발견되는 유전자 이상만 치료하는 이상적인 치료제이다. 현재는 2세대, 3세대 약이 개발되어 마치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처럼 병과 더불어 오랜 기간 살 수 있게 되었다.
표적치료제는 암의 다양한 표적들을 공격한다. 분자적 표적이 되는 것은 암세포의 신호 전달경로(signal transduction pathway), 혈관신생(angiogenesis), 세포사멸(apoptosis) 등이다. 암세포는 성장하기 위해 신호 전달경로의 활성화가 중요한데 이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단백질을 표적치료제가 공격하여 무력화시킬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들이다. 암세포는 빠른 성장과 전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혈관을 만들어 더 많은 혈액을 공급받도록 하는 능력이 있다. 바로 신생혈관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VEGF·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란 단백질을 통해서다.
표적치료제 중 일부는 바로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를 억제하여 암에 혈관이 만들어지지 못하도록 작용하는 것도 있다.
정상세포들은 일정 기간을 살고 나뉘면 자동으로 죽게 되는 세포사멸(apoptosis)이라는 과정을 모두 거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암세포는 바로 이 세포사멸 과정에 문제가 생겨, 무한정 계속 나뉘며 성장하는 것이 문제이다. 일부 표적치료제는 암세포에도 세포사멸 과정이 생길 수 있도록 하여 암세포를 죽인다.
그러나 표적치료제들도 아직까지는 한계점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암세포만을 공격하여 부작용이 없어야 하나 실제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또한 표적치료제는 말 그대로 암에 ‘표적’이 될 것이 있어야 효과를 보기 때문에 모든 암 환자에 효과적이지는 않다.
어떤 경우는 처음에는 효과적이더라도 결국 암세포가 내성을 보여 효과가 사라지기도 한다. 현재 표적치료제가 효과적으로 이용되는 암들은 유방암, 폐암, 대장암, 혈액암, 신장암, 전립선암 등이다. 현재 개발되어 나오는 치료제의 거의 90% 이상이 표적치료제이다. 앞으로의 암 치료는 이런 표적치료제들을 복합적으로 사용하여 4기 암이라도 만성병처럼 가지고 살아나가는 방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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