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유니온 시티 위안부 기림비 제막을 기다리며

2014-07-3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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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부장대우)

미국 내 7번째 ‘일본군 강제동원 위안부 기림비’가 8월4일 세워진다. 미국과 뉴욕의 상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내려다보이는 뉴저지 유니온 시티 ‘리버티 플라자’에 들어서는 위안부 기림비는 뉴욕과 뉴저지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인권이슈의 상징물이 될 전망이다.

기림비 동판에는 ‘한국과 중국, 타이완, 필리핀,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수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일본제국주의 군대에 의해 ‘성적노예(Sexual Slavery)’로 강제 동원됐다’는 내용이 또렷이 새겨져 있다. 유니온 시티 시 의회는 이미 지난 15일 ‘위안부 기림비 문구 결의안’을 시장 포함, 시의원(커미셔너) 5명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기림비 건립의 당위성과 의지를 확고히 했다.


기림비 제막식 일정이 공개되면서 예상대로 일본 정부와 일본 우익진영의 항의가 이어졌지만 유니온 시티 시정부는 이를 철저히 무시, 기림비 건립을 기념하는 연극 ‘위안(Comfort)’ 공연과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위안부 문제는 한일 두 나라 간의 분쟁 이슈가 아닌 인류 보편의 여성 인권이슈, 평화이슈라는 것을 미국의 지방 정부가 공식화한 것이다. 유니온 시티 위안부 기림비 제막식에는 위안부피해자 이옥선, 강일출 할머니가 직접 참석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다시 한 번 증언한다.

미국 내 ‘일본군 강제동원 위안부 기림비’ 건립은 지난 2007년 연방하원이 위안부결의안 ‘H.Res 121’을 채택하면서 본격화했다. 유니온 시티 위안부 기림비까지 포함하면 총 7개의 기림비(소녀상 1개)가 미전역에 세워지는 셈으로 주별로는 뉴저지 3개, 뉴욕 1개, 캘리포니아 2개, 버지니아 1개다. 특히 뉴저지는 미국 내 위안부 기림비 1호인 팰리세이즈 팍 기림비를 비롯해 버겐카운티 기림비와 유니온 시티 기림비 등 모두 3개의 기림비가 세워져 명실상부, 위안부 이슈의 성지로 자리매김 할 전망이다.

위안부는 홀로코스트와 아르메니안 대학살, 아이리시 대기근, 미국 흑인노예 등 역사적 인권 침해사건과 같은 세계적 인권 이슈다. 최근 유엔 시민·정치적 권리위원회가 일본정부에 ‘위안부(Comfort Women)’라는 우회적 표현이 아닌 ‘강제 성노예(Enforced Sex Slaves)’로 사용하라는 권고를 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은 하루속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우매한 역사 왜곡을 중단해야 한다. 더욱이 정부가 나서서 역사왜곡을 조장하는 일은 더 없어야 할 것이다. 유니온 시티 기림비 제막을 기다리며 또 다른 ‘일본군 강제동원 위안부 기림비’가 미전역에 계속해서 세워져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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