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년의 친구 진돌이

2014-07-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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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택<사업자/터커톤>

나는 농장같은 별장에서 혼자 살고 있다. 일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일끝나면 다들 집으로 돌아간다. 여기서 자는 놈도 있는데. 애인이 생기면서 거의 나가 잔다. 별장 잔듸밭에 내가 처음 갔을 때 사슴 4~50마리가 매일 와서 풀을 뜯어먹었다. 어쩌다 헤드라이트가 비쳐지면 반짝반짝하는 눈빛이 꼭 별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안 온다.

개가 세 마리나 있는데 하나는 콜리 하나는 세파트 다른 한 놈은 바로 진돗개인데 진돗개는 펫이라고 하기엔 너무 억세다. 이빨도 엄청 날카롭고 예민하다. 나는 달이 휘영청 밝으면 5층 꼭대기에 개들을 데리고 올라가서 내가 어렸을 때 절에서 배운 퉁소를 한번 시원하게 분다. 개 세 마리를 앉혀놓고 분다. 그래도 관객이 있어야 신이 나잖아. 한곡이 스윽 끝나면 콜리가 나를 보고 힐금거린다.


내가 가만히 있으면 슬그머니 앞다리 뻗치고 엎드린다. 그러다 또 한곡이 끝나면 세파트가 눈을 휘번덕거리며 슬그머니 엎드린다 어쩌나 보려고 이것저것 한참을 불었다. 콜리는 머리를 바닥에 대고 있고 세파트는 앞다리를 모은 다음 턱을 괘고 우리 위대한 주인님이 왜 저러실까? 혹시 맛이 간건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진돌이는 그때까지도 빳빳이 앉아있다 내가 가서 스다듬어줬더니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나는 속으로 이걸 좋게 받아들여야 돼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우리집에 토끼도 몇 마리 있는데 잔듸밭에 방목시킨다. 울타리만 쳐놔도 토끼들은 못나오고 짐승들도 들어가기 쉽지않다. 진돌이를 풀어놓으면 토끼들하고 잘논다. 진돌이는 울타리박이고 토끼는 안에서 서로를 그러워한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울타리사이로 서로 뽀뽀도하고 지들끼리 죽고 못산다. 정말이지 인간들이 할수없는, 진실한 사랑을 얘네들은 하고 있다. 몇 달을 둘이서 죽고 못산다고 외치다가 어느날 토끼가 위대한 용기를 냈다. 땅밑을 파고 탈출을 한거야. 탈출한 토끼가 깡충깡충 뛰는 그순간 진돌이는 자기를 위해 탈출한 토끼를 목덜미를 물더니 흔들어 대드라고 간신히 목숨은 살렸지만 세상에 뭐 이런놈이 다 있니?

어느날 내가 말을 타고 숲속을 가고 있는데 개 3마리가 따라왔다. 그런데 그때 앞에서 토끼 두 마리가 후다닥 뛰는데 개 3마리가 잽싸게 쫓았다. 그런데 세파트하고 콜리는 돌아오더라고. 얘네들은 악착같지가 않아. 그런데 진돌이는 악착같이 쫓아간다. 내가 뒤에서 아무리 불러도 들은척도 안한다. 누가 진돗개는 주인말이라면 죽는시늉도 한다고 했던가. 이놈은 내 명령따윈 안중에도 없다. 진돌이가 쫓아오니 토끼 2마리가 뛰는데 정말 뭐 빠지게 뛴다.

나는 동물에게도 지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토끼들이 뛰다가 지혜로웠는지 급했는지 고랑으로 들어가드라. 이 고랑이 비오면 물내려가는 고랑인데 폭이 좁고 깊이가 내 무릎정도였다. 어느새 진돌이도 고랑으로 진격해서 토끼를 쫓았는데 폭이 좁았던지 이내 튀어나오더라고 나는 속으로 저놈도 할수없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이 진돌이가 앞으로 달려가드니 도랑입구에 떡버티고 있는거야. 야~ 나는 태어나서 토끼가 그렇게 높이 뛰는 줄 몰랐다. 어~ 하는 사이에 진돌이가 공중에서 토끼를 낚아채는데 이걸 펫이라고 할 수 있겠니? 한 마리는 도망갔는데 물고 온 놈도 멀쩡하드라고 이놈도 먹을려고 잡은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토끼를 놓아줬더니 껑충껑충 뛰어가는데 진돌이도 뒤쫓지는 않더라고 .

하루는 말을 타고 몰래 울타리를 넘었는데 진돌이가 냄새 맡고 뒤쫓았다. 숲을 지나니까 분지가 나오는데 그 앞에서 꿩들이 수다를 떨고 있더라고. 너무 신기해서 쳐다보는데 어라 진돌이가 꿩들한테 접근하고 있는데 바람을 안고가고 있다. 나는 저놈이 바람을 안고 가는걸 어떻게 알았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진돌이는 꿩 가까이까지 접근했다. 그런데 진돌이가 그만 실수를 한 줄 알았다. 앞발로, 흙을 탁 치드라고, 그 소리에 꿩들이 날아갈 준비를 하는 찰나에 진돌이가 뛰어가는데 꿩이 비상했을 때 공중에서 낚아채는데 과연 저놈을 펫이라고 해야하나 싶었다.

그리고는 나한테 칭찬해달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물고 온 꿩 빼앗아서 보니까 한쪽 다리가 많이 다쳤더라고 그래서 이놈을 날려주면 살까 죽을까 생각하다 죽는 것도 지운명이지 싶어 날려줬는데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모르겠다. 이놈은 꿩이 두발로 뛸 때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고 비상시기가 가장 늦다는걸 어떻게 알았을까. 나는 절대 가르쳐준 적이 없다. 이건 돌아가신 우리어머니 조문화여사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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