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상의 삶과 믿음생활 따로 일 수 없죠”

2014-07-01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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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러신학대학원 박기호 교수 ‘빅미션’ 강연

▶ 다니엘처럼 이민자는 모두 평신도 선교사

“일상의 삶과 믿음생활 따로 일 수 없죠”

박기호 교수(가운데)가 강연을 마친 뒤 빅미션 이사장 이진도 장로(왼쪽), 대표 임철호 장로와 사진을 찍었다.

기독교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으로 믿고 은혜에 의지하며 그의 명령을 실천하는 삶을 산다. 예수 그리스도는 첫째 명령도, 둘째 명령도, 셋째 명령도 사랑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현실의 삶은 이런 제자의 길을 가로막는다. 이런 저런 이유와 핑계로 신앙과 생활은 분리되고 ‘믿음 따로, 인생 따로’의 길을 가기 쉽다.

풀러신학대학원 박기호 교수가 지난 26일 LA 한인타운 솔고빌딩에서 열린 비즈니스 선교단체 빅미션(Bic Mission) 컨퍼런스에서 특별 강연을 맡았다.

박 교수는 선교 현장과 학문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실력과 열정을 인정받는 신학자이고 목회자다. 이날의 주제는 ‘일과 영성 그리고 선교’였다.


매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현하고 복음 전파의 열매로 연결시키는 방도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신앙과 현실을 접목시켜야 한다는 대전제 앞에서 이제 교회와 기독교인은 피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길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성경의 다니엘서 6장 내용을 제시하면서 이민자 평신도의 선교 사명과 자격을 풀이했다.

“다니엘은 당시 세계 최대 제국이던 바벨론과 페르시아에서 왕이 네 번이나 바뀌는 동안 총리를 지내며 제국의 복음화에 엄청나게 기여했습니다. 다니엘은 안수 받은 목사도 아니고 파송 받은 선교사도 아니었죠. 나라가 망하면서 끌려간 포로 출신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터전을 옮긴 이주자가 하나님의 선교 전략에서는 대단한 도구로 쓰일 수 있다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자발적으로 복음을 전하러 떠나는 선교사나 자원자도 사용하지만 비자발적 환경에 처한 사람을 통해 복음을 전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구약에서는 요셉이나 다니엘처럼 포로나 노예 신분으로 강제 이주 당한 뒤 하나님의 뜻을 구현한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자녀 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온 사람도, 누구든 한인 이민자는 어느 목사나 선교사보다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크게 쓰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 온 흑인도 세계 선교와 미국의 복음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습니까?”

또 이민자의 삶이 어렵지만 다니엘이 처한 상황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험난했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부모가 지어 준 자기 이름조차 쓰지 못했고 우상을 섬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뜨거운 풀무 불에 던져지는 사형에 처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니엘은 정권이 바뀌어도 총리 자리를 유지할 만큼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어요.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왕들도 그를 통해 하나님을 찬양할 만큼 자신의 신앙을 인정받았습니다. 그것은 신앙생활뿐 아니라 일상의 삶에서도 흠잡을 것 없이 올바르게 산 덕분입니다. 다니엘은 믿음과 생활이 하나로 묶인 인생을 살았습니다.”


오늘날 교회와 기독교인을 둘러싼 환경은 점점 더 적대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오늘날 교회에 만연한 외형적 성공주의와 대형 교회 목회를 출세로 여기는 목사, 교회 밖으로 나가면 돈과 이익을 위해 신앙을 접어버리는 기독교인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십자가에 등을 돌리고 조롱하기도 한다.

“삶의 현장에서 신앙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게 참된 영성입니다. 다니엘처럼 일상의 현실에서 믿음을 실행하면 바로 그게 세상과 구별되게 살아가는 것이고 바울이 강조한 영적 예배가 됩니다. ‘신앙은 신앙이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는 식의 믿음은 더 이상 세상에 통하지 않습니다.”

인생의 뿌리를 옮긴 이력을 갖춘 이민자는 세상에 하나님의 나라를 넓히는 사역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은사를 갖췄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또 부지런히 영성을 갈고 닦으며 교회 안과 바깥에서 그 영성을 실천하면 가장 가치 있는 인생 여정을 살아갈 수 있다고 당부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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