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셀러들 집 팔기 겁나 안 판다

2014-06-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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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물’ 안 내놓는 집주인들

▶ 주택 재구입에 대한 자신감 잃어, 새 집 찾기 힘들고 페이먼트 상승 걱정, `그림자 수요’ 많아 거래 부진 계속

주택 거래가 활발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셀러들이 집을 선뜻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12년과 비교할 때 지난해에 주택 구입 수요가 거의 폭발적으로 늘었고 올해도 주택 구입자가 여전히 많지만 주택 처분을 꺼리는 셀러는 오히려 늘었다. 만약 집을 내놓기를 꺼려하는 셀러가 많아지면 지난해와 같은 품귀현상이 다시 우려된다. 수년간 주택 처분 시기만 기다렸지만 주택시장이 개선돼도 정작 집을 내놓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택 처분 후 재구입이 쉽지 않아서다. 모기지 금리가 지난해보다 높아져 재구입때 페이먼트 부담이 커지는 경우가 많고 매물은 증가했지만 마음에 드는 집을 찾기 쉽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페이먼트 오를까봐

집을 팔고는 싶지만 선뜻 집을 내놓지 못하는 셀러들은 페이먼트 상승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최근 모기지 금리가 약 4% 초반대로 여전히 낮은 편이지만 지난해보다는 약 1%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지난해 금리 수준을 기대하는 셀러나 지난해 낮은 금리로 재융자를 실시한 셀러들은 주택 재 구입 때 모기지 페이먼트 상승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섣불리 집을 팔 수 없는 처지다. 모기지 금리가 큰 변동 없이 여전히 4% 초반대에서 움직이고 있으나 올해 말까지 5%대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해 집을 내놓지 못하는 셀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3월까지 잠잠하던 주택거래가 4월 들어 살아나기 시작했다. 4월 중 재판매 주택 거래는 올 들어 처음 전달 대비 증가했지만 지난해보다 약 6.8% 감소한 수준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이맘때는 갑자기 증가한 주택 구입 수요로 한동안 주택 처분에 고심했던 셀러들이 대거 집을 처분한 시기다. 지난해 집을 처분한 셀러들의 주택 보유기간은 평균 약 9년으로 2006년 평균 약 6년보다 짧았다. 또 지난해 주택을 구입한 바이어들은 앞으로 약 15년간 주택 처분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주택 공급은 신축매물 의존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 ‘뮤지컬 체어’

셀러들이 쉽게 집을 내놓지 못하는 현상은 마치 아이들 놀이인 ‘뮤지컬 체어’와 비교된다. 다른 의자를 차지할 자신감이 없는 아이들이 앉아 있는 의자에서 선뜻 일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셀러들도 주택 재구입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다는 것이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질로우 닷컴의 스탠 험프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상황이 셀러들이 마치 뮤지컬 체어 놀이를 연상시킨다”며 “집을 쉽게 내놓지 못하면 매물 부족사태가 되풀이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질로우 닷컴의 조사에서 지난해 하반기 동안 꾸준히 증가하던 주택 매물은 올 들어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질로우 닷컴에 따르면 4월 중 주택 매물은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조사에서는 3월까지 감소하던 매물이 4월 들어 상승세로 반전했다. NAR는 올 초까지 계속된 이상 한파로 셀러들이 집을 내놓는 시기가 예년보다 다소 늦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매물 ‘2%’ 부족

올해 주택 매물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비해 ‘풍년’을 이루고 있다고 봐도 좋다. 매물 부족에 따른 주택 구입 과열현상으로 몸살을 앓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주택 구입이 치열한 경쟁 없이 순조롭게 이뤄지는 편이다.

NAR에 따르면 주택 매물이 반등한 4월 재판매 주택 매물은 약 229만채로 전달 대비 무려 약 17%나 급등했다. 그러나 아직도 공급이 정상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주택 매물이 모두 소진되는데 걸리는 ‘매물 대기기간’이 약 6~7개월일 때 수급이 균형을 이룬 것으로 본다면 4월 중 대기기간은 약 5.9개월 정상 매물 공급량에서 조금 부족한 수준이다.


매물 부족현상이 지속되면서 주택가격은 지난해보다 낮은 폭이지만 여전히 상승세다. S&P 케이스 실러 주택가격 지수에 따르면 3월 중 대도시 주택가격은 전년 대비 약 12.4% 오르는데 그쳤다. 전달 상승폭인 약 12.9%보다 낮고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 상승폭이다.

시장조사 업체 코어로직은 올 들어 주택매물 부족사태가 많이 개선됐지만 실제로는 여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숫자만 늘었을 뿐 비선호 지역에 집중되거나 조건이 떨어지는 매물이 많이 늘어 실제 매매로 이어지기 힘든 공급이라는 분석이다.


■그림자 수요

재판매 주택 매물이 큰 폭으로 늘지 못하고 주택 거래도 기대만큼 활발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그림자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그림자 수요는 집을 사야 하지만 구입 시기를 미루고 있는 수요다. 주택 구입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주택 구입 여건이 개선되거나 원하는 매물을 찾으면 바로 주택 구입에 나설 수 있는 수요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주택 구입에 나서지 않고 있는 대기 수요층으로 볼 수 있다.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당장 주택 구입이 꺼려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살 만한 집이 없고 주택구입 비용이 높아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코어로직에 따르면 현재 모기지 대출을 통해 구입된 주택 중 절반 이상이 최근 시중 모기지 금리보다 낮은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모기지 대출을 통해 새 집을 구입하게 되면 이자 비용이 오르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주택 재구입에 나설 이유가 없다. 이로 인해 약 360만명의 셀러들이 집을 팔아야 하지만 집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단 리모델링부터

주택 처분을 미루는 셀러들은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선택하게 된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기 힘들 바에는 차라리 집을 고쳐서 살자는 셀러들이 늘었다. 주택가격이 급등한 점도 리모델링 수요를 부추겼다.

주택 리모델링 지수인 헤인리 우즈 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리모델링 활동은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올해 1분기에도 지수는 전년 대비 약 7% 오르는 등 주택 리모델링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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