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래 뜸해져… 리스팅 가격 하락 시작

2014-05-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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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밖 냉각기류 주택시장

▶ 셀러들의‘자신감’ 다소 수그러들어, 주택수요 저조, 가격상승 한풀 꺾여, 현금구매 비중 높아진 것도 큰 특징

일선 부동산 에이전트들 사이에서 요즘 주택시장이 작년 같지 않다는 하소연이 많다. 오픈하우스에 줄을 서서 입장해야 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집을 사겠다는 고객의 전화가 뜸해진 편이다. 집을 팔아야 하는 리스팅 에이전트들도 고민은 마찬가지다. 지난해에 비해 매물량이 다소 늘어난 반면 바이어는 감소해 내놓은 집이 기대보다 빨리 팔리지 않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결국 셀러들은 마지못해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주택 가격 상승세도 주춤해질 전망이다. 예상밖의 냉각기류가 번지고 있는 주택시장 현황을 짚어본다.


■리스팅 가격 주춤

셀러들이 집을 팔 때 내놓은 가격인 리스팅 가격의 상승세가 결국 주춤해졌다.


지난해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천정부지로 치솟던 리스팅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 비해 주택 구입 수요가 한 풀 꺾이면서 주택시장 전망에 대한 셀러들의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인터넷 부동산 업체 트룰리아닷컴에 따르면 3월 중 리스팅 가격은 전달 대비 약 0.8% 오르는데 그쳤고 분기 대비(1분기 대비 2013년 4분기)로는 약 2.8%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3월 중 리스팅 가격 변동은 연간 대비로 약 9%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11개월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이라 셀러들에게는 실망스럽다.

리스팅 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지면 향후 주택가격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트 콜코 트룰리아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리스팅 가격 하락세는 올들어 주택 수요가 예상 밖으로 저조해진 데다 지난해 초 1분기 주택가격이 폭등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 ‘현금’ 있어야 집 산다

올들어 현금 주택 구매비중이 매우 높아졌다. 주택 구입 때 전액 현금 구매 비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건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좋은 현상은 아니다. 차압매물 정보 업체 리얼티 트랙에 따르면 올 1분기 주택 현금 구매 비율은 전체 중 약 43%로 거의 절반에 달했다. 지난 1분기 팔린 주택 2채 중 1채는 모기지 대출이 없는 이른바 ‘캐시 바이어’에게 팔린 샘이다.

현금 구매비율은 대형기관을 비롯한 부동산 투자자들의 구매가 많았던 지난해 1분기(약 19%)보다도 2배 이상이나 급증했고 리얼티 트랙이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최고치다. 1분기 중 현금 구매자들이 구입한 주택의 평균 가격은 약 20만 7,668달러로 지난해와 달리 댑부분 개인 구매자들이다. 지난해에는 월스트릿급 대형 기관을 비롯, 부동산 투자 업체들에 의한 현금 구매가 많았던 반면 올해 1분기에는 개인 투자자, 휴가용 주택 구매자, 또는 실수요 구매자들이 기관 투자가들을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현금 구매비율이 증가하면 주택 시장에는 동시에 ‘독과 약’으로 작용하게 된다. 평균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낮아져 주택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차압 또는 숏세일 등의 급매물로의 전환 속도가 더뎌지고 결국 가격 폭락 차단 효과가 있다. 주택시장 침체에도 견뎌낼 수 있는 내구력이 형성되는 것인데 긍정적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주택시장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 건전한 회복에는 좋지 않다. 첫 주택구입자나 실수요자들의 주택구입에 장벽이 생겨 임대시장으로 몰리는 불균형이 발생한다.



■집값 상승 지역 줄기 시작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주택 가격(단독주택 대상)이 상승한 지역은 전국 약 170개 대도시 중 약 125개 도시(약 74%)로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주택가격이 연간 대비 상승한 지역은 전체중 약 89%로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주택가격이 오름세를 보인 바 있다. 전국적으로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은 올들어 주택 구입 수요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구입 수요는 이자율 상승에 따른 주택 구입 비용 증가, 주택 가격 급등에 따른 주택 구입 능력 악화 등에 영향을 받고 있다. NAR에 따르면 재판매 주택 거래는 올들어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 2012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가격 상승세 둔화는 현재 최악의 상태인 주택 구입 여건 개선에 다소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 구입 여건이 계절적으로 주택 수요가 감소하는 가을철 이전까지 게선되지 않을 경우 내년 봄까지 장기 하락세로 진입할 것으로 우려한다. NAR에 따르면 1분기 중 매매된 재판매 단독주택의 중간 가격은 약 19만1,600달러로 지난해 1분기보다 약 8.6%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상승률인 약 10.1%보다 낮아져 주택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있음을 나타냈다.


■ ‘깡통주택’ 급감

한때 주택 3채중 1채를 차지했던 깡통주택이 올해 10채 중 1채꼴로 크게 감소했다. 2010년 1월 전체 주택(모기지 대출 주택) 중 약 34%에 달했던 깡통주택 비율이 올해 1월 약 11%로 크게 낮아졌다.(블랙 나이트 파이낸셜 서비스 집계). 깡통 주택은 시세가 너무 낮아 당장 집을 팔아도 모기지 대출금을 상환하기 힘든 주택이다. 주택가격이 바닥을 찍고 지난해 급등하면서 주택시세가 회복된 것이 깡통주택 감소에 큰 역할을 했다. 대규모 차압사태를 통해 부채 비율이 높은 주택이 대거 정리된 것도 깡통 주택 숫자 감소에 도움을 줬다. 부채 비율이 높았던 주택들도 지난해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회복되면서 대부분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블랙나이트사에 따르면 2010년 1월 당시 시세대비 모기지 부채비율이 50% 이상은 약 10%를 넘었으나 최근 2%대로 뚝 떨어져 깡통주택 위험에서 벗어났다.


■고 임대료 최저 생계 위협

주택을 임대중인 세입자 3명 중 1명은 소득대비 비정상적으로 높은 임대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티 트랙의 조사에 따르면 침실 3개짜리 주택의 평균 임대료가 중간가구소득의 3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 브롱스 지역의 경우 침실 3개짜리 주택을 임대하는데 세입자들의 가구 소득의 약 66%를 쏟아 붓고 있어 주택 임대 비용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임대 비용 현상은 주로 저소득층 가구가 밀집한 지역일수록 심각해 저소득층의 최저 생계가 위협받고 있음을 나타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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