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제칼럼/ 문화적인 차이와 세무감사

2014-05-02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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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주한 회계사>

<문화적인 차이>가 어디까지 먹힐까? IRS나 주정부 세무감사를 받을 때,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적인 특징이나 차이를 이유로 세무감사 벌금을 과연 줄일 수 있을까?
세무 감사관이 당혹스러워 하는 비즈니스의 대표 선수는 룸살롱이다. 술값보다 많은 팁도 이해하지 못한다. 뉴욕 주보다 작은 한국에 25,000개의 룸살롱과 요정 같은 것들이 있으며, 그것은 한국 접대문화의 중요한 일부라는 비즈니스 업주들의 주장에 감사관은 눈만 껌뻑거린다.

지금은 안 그렇지만 10년 전만 해도 노래방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몰랐고, 계약서 한 장 없이 돈을 빌려주고 빌려 받았다는 것도 외국 감사관들은 잘 이해를 못한다.


한국의 결혼 혼수 비용과 하객들의 축의금, 주택 전세금이나 곗돈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9년 OVDI(해외계좌 자수 프로그램)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감사관들에게 부모님께 매달 용돈을 부쳐드리는 한국의 전통과 주택 전세금을 이해시키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전세금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나면 그것을 월세로 환산하여 임대소득을 부과하겠다는 감사관을 만난 적도 있다.

하여간 이제는 적어도 "어떻게 아파트 보증금(security deposit)이 20만 달러가 넘을 수 있냐?" 같은 질문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IRS 안에서도 독특한 한국의 경제 문화에 대한 내부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하니, 이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아직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곗돈이다. 특히 곗돈을 현찰로 타서 용감하게 한꺼번에 은행에 입금을 시킨 경우는 거의 대부분 감사 대상이 된다고 보면 된다. IRS는 매달 냈던 곗돈의 원천을 묻는다. 과연 세금을 낸 돈인가 하는 것이다. 매달 1,000 달러씩 일 년을 부어서 원금이 10,000 달러인데, 만약 15,000 달러의 곗돈을 받았다면 차액 2,000 달러는 이자소득으로 보고를 하여야 한다. 은행에서 받는 이자만 이자가 아니다.

어떤 감사관은 “또 그 놈의 문화적인 차이냐”하는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이민 역사 100년이 지난 지금, 문화적인 차이를 여기에도 쓰고 저기에도 써먹는 전가보도(傳家寶刀)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많은 경우에 공부를 얼마나 했는지, 영어를 얼마나 잘 하는지가 세무감사에서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무작정 “우리 문화에서는 모두 이렇게 하는데, 그것도 모르니?” 하는 식으로는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없다. 세금에 있어서는 우리는 항상 약한 을(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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