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시장에 대한 고정관념 바뀌어간다

2014-04-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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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집 소유 집착 버리는 사람 많고 만기 짧은 모기지 상품으로도 눈 돌려

▶ “이자율 낮으니 집 사자” 생각도 감소

주택시장 침체를 겪으며 수십 년간 바뀔 것 같지 않던 주택시장에 대한 인식들이 크게 전환됐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주택 소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난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으로 대변되던 내 집 장만이 하루아침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물론 주택 구입 때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지만 평생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집을 굳이 구입하느니 차라리 빚 없는 삶을 택하는 사람도 많다. 이밖에도 주택시장 상황에 대한 고정관념들이 주택시장 침체기를 거치며 많이 바뀌었다. 최근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주택 시장과 관련된 일반인들의 생각을 알아본다.


■이자율 오르기 전에 서둘러 집 사라

올해 안에 모기지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모기지 금리는 지난해 사상 최저 수준 대비 이미 약 1%포인트 정도 올랐다.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 30년 만기 고정 금리가 5%를 넘어설 것이라고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은 전망 중이다. 지난해 이미 모기지 금리가 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대기 중이던 주택 수요가 대거 주택 구입에 나선 바 있다. 올해도 모기지 금리 상승 전망에 주택 구입에 나서는 바이어가 많다.


모기지 금리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오를 때가 있으면 반드시 내려가는 것이 모기지 금리다. 만약 금리가 오를 것이 확실하더라도 상승폭과 상승 속도를 살펴가며 주택 구입을 결정해야 한다.

단순히 금리가 오른다는 소식에 주택 구입에 나서면 무리한 주택 구입으로 치닫게 될 확률도 높다. 일반적으로 모기지 금리가 오르기 전에 주택을 사거나 재융자를 실시해야 한다고 믿어 왔지만 이제 이같은 생각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모기지 금리 변동을 주택 구입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구입하려는 주택의 미래 가치도 고려돼야 한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 모기지 금리가 아직도 낮은 편이어서 최근 주택 구입 대출 중 무려 90% 이상이 약 30년 만기 고정금리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중 대부분은 굳이 30년 고정을 선택할 필요가 없는데 ‘저금리=30년 고정’이라는 인식에 무조건적으로 30년 고정금리를 택한다. 하지만 주택 구입 후 30년간 거주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30년 고정금리를 택해, 필요 이상의 이자를 지불하는 결과다. 최근 평균 거주기간이 조금 연장됐지만 주택 구입 후 평균 거주기간은 길어야 약 10년으로 굳이 30년 고정 금리보다는 만기가 짧은 모기지를 통해 이자율을 낮추려는 시도가 최근 늘고 있다.


■당장 재융자하지 않으면 손해

모기지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문은 재융자 시장이다. 최근 금리가 소폭 오르면서 재융자 신청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모기지 금리 변동과 관련 최근 바뀌고 있는 생각 중 하나가 바로 재융자 실시다.

융자업계 등에서는 모기지 금리가 오르기 전에 재융자를 실시하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보거나 평생 한 번의 기회를 놓칠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재융자 실시 결정 역시 모기지 금리 변동을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몇 가지 고려되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우선 재융자 실시 후 모기지 금리가 현재보다 낮아지는 지부터 따져 봐야 한다. 좋은 조건의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지만 이자율 변동시기를 앞두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서둘러 재융자에 나서기도 한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을 받을 수 없다면 굳이 시중 모기지 금리 조건이 아무리 유리해도 재융자에 나설 필요가 없다. 역시 이자율을 낮춰야 매달 납부하는 모기지 페이먼트 금액도 떨어지는 법이다. 은행 측이 제시하는 재융자 후 모기지 페이먼트 금액이 현재보다 낮지 않은 경우도 재융자를 택해서는 안 된다.

모기지 금리가 낮다는 이유로 재융자에 나서지만 일부는 얼마 남지 않은 상환기간을 재융자를 통해 다시 장기로 연장하는데 은퇴계획에 불리한 결정이다. 재융자의 가장 좋은 예는 현재 남은 만기를 단기로 단축하면서 저리로 모기지 페이먼트까지 낮추는 것이다. 만약 페이먼트가 현재와 별 차이가 없거나 조금 높더라도 만기를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면 재융자를 통한 혜택이 크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재융자 실시에 들어가는 수수료 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지도 고려사항이다. 일반적으로 수천달러씩 하는 재융자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고 수수료를 회수하려면 적어도 2년 이상의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에 주택 처분계획이 있다면 재융자가 손해다. 이 4가지 고려 사항 중 적어도 3가지 이상 항목에 ‘예스’의 답변이 나와야 재융자를 실시해도 좋은 신호다.


■구입보다 임대부터

이자율이 낮은 시기를 활용해 일단 집부터 사고 보자는 식의 생각도 최근에는 좋은 생각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요즘처럼 고용시장이 불안정한 시기에 젊은 층의 주택 구입은 더욱 신중하게 접근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주택 가격이 바닥권이었던 불과 1~2년 전만해도 집을 살 것인가 임대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항상 주택 구입이 유리하다는 답변이 거의 전 지역에서 우세하게 나타났다. 비용 면에서는 그럴지 몰라도 주택 거주기간과 이사 계획 등을 고려하면 주택 구입이 반드시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주택 구입 때 평균 거주기간은 약 7년 정도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이보다 조금 더 연장된 약 8년 반으로 늘어났다. 따라서 주택 구입 후 적어도 10년 이상 거주할 계획이 없으면 차라리 임대를 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 최근 일반적인 견해로 자리 잡고 있다.

평균 거주기간이 늘어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택 구입 때 소요되는 비용 인상이 가장 큰 이유다. 예전보다 주택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나 이를 회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도 그만큼 연장됐기 때문이다. 특히 직장 내에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젊은층은 주택 구입 후 단기간 내 재판매 비율이 높은 편이다. 좋은 직장을 위해 반드시 처분해야 하지만 주택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주택 처분에 따른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10년 거주 공식이 확실하지 않다면 차라리 임대를 고려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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