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꽃에게서 들으라

2014-04-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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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방 / 비 부동산 로렌 하잇

1. 솜양지꽃은 이른 봄 산간의 눈이 채 녹지 않은 때부터, 누렇게 말라 죽은 다른 풀잎들을 헤치고 연약한꽃대를 올려 노란 꽃을 피운다. 양지 바른쪽에 노랗게피어 있는 이들 꽃들은 마치 봄볕을 쬐고 있는 병아리 떼와 같이 귀엽기 짝이없다.

그러나 길가에 피었다가 사람의 발길에 짓밟히거나 농가의 소먹이 혹은 돼지먹이로 잘려 나가기 일쑤다. 그래도 생명력과 재생력이 강해 원줄기가 잘려 나가면 잘려진 부분에서 곧 뿌리가 나와 자라며 줄기가 끊겨나가면 곧 새순이 나와서 늦게나마 다시 꽃을 피우고 씨를맺는다.

한국 야생화 연구에 30년을 바친 ‘걸어 다니는 식물도감’이라고 불리는 김태정 소장(한국 야생화 연구소)이란 사람이 있다. 그에게는 산에 들에 피어나는작은 들꽃들이 이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비가 와서 땅이 다 쓸려 나가면 아무것도 없을것 같지만, 자연은 강인합니다. 그 자리에 있던 꽃들은 물론 사라지지요. 하지만 그 2백 년 전, 백 년 전에 살았던 씨들이 햇빛을 보면 세상을 향해 고개를내밀어요. 생명은 고통을 치렀을 때 더욱 아름답게 변화하고 성장합니다.

화산이 터지면 그 근방에모든 것이 없어지잖아요. 사람들 생각에는 영원히 버려진 땅이 된듯 하지만 거기에는 다시 새 생명이 태어나요. 우리가 모르고 있지만,혹은 눈으로 보면서도 일회적인 감상에 그치고 지나치지만, 우리가 사는 땅은 ‘우리의 땅’ 이 아니라 ‘우리꽃들의 땅’ 인간의 거친 발길과 땅을 파헤치는 횡포속에서도 우리 꽃들은 흙담밑에서, 돌 틈에서, 가랑잎들 속에서, 개울 옆에서 엄청난 생명력으로 한해살이 생을 이어 갑니다. 연씨 같은 건 5천년의 기다림 끝에 싹을 피우잖아요.”


2.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또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 인간은 자신의이익과 안녕을 위해 커다란 못생긴 쇠바퀴 같은 거짓과 위선을 몰고 달려든다. 본국에서 전해지는 진도 앞바다 여객선 침몰 소식은 너무나큰 충격이다. 그 많은 어린생명들이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을까.

어린 아이들, 젊은 선생님들은 어른들의 거짓에 차분히 기다려야 했다니 얼마나기막힌 일인지 모르겠다. 자기들만 살겠다고 제일 먼저도망을 친 선장과 선원들, 이들을 믿고 자기 역할을 다하다 순직한 젊은 여 승무원의 소식도 마음을 아프게한다. 언제나 목적 지향적인 거친 행렬이 밀려오면 가장 먼저 스러지는 것은 어디서나 순수하고 연약한 존재들이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못나고, 못된 어른들의 만행이다. 엉터리로 일관하고, 안전제일이란 단어의 기본도 무슨 뜻 인지도 모르고, 선진국 흉내만 내다가, 아까운 그 많은 젊은 생명을 억울하게 희생시켰다.

못다 핀 생을 저항 한 번하지도 못하고 밟히고 쓰러져간 들꽃처럼 휩쓸려간 아이들의 모습이 자꾸 생각난다. 미안하고, 미안하다. 아이들아, 너희들을 지켜 주지 못한 어른들, 모두의 잘못이다. 정말 미안하구나… 정말 중요한 걸 무엇인줄 모르고 살았구나.

있어도 보지 못하고 ,보여도 알지 못 했구나!너희들, 그 맑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어찌, 어찌, 잊을 수 있겠니….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너희들은 이 땅에 아름다운 어린 꽃, 풀잎으로 다시 오리라고 믿는다. 꽃으로 말하는 너희들의 모습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3. 정 채봉 시인의 시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 한편을 아이들에게 바친다.

모래알 하나를 보고도/너를 생각했지 풀잎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 했지 너를 생각 하게 하지 않는것은 /이 세상에 없어 너를 생각하는 것이/나의 일생이었지

(714)713-2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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