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경기 호황 중국계 바이어가 `효자’

2014-04-03 (목)
크게 작게

▶ ■ 남가주 주택시장 신풍속도

▶ 차이나머니 유입, 상당수 `올 캐시’, `묻지마’식 주택 구입으로 집값 올려, 덩달아 중국계 에이전트도 인기

전국적으로 주택거래가 지난해보다 부진한 가운데 유독 남가주 일대의 주택시장만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LA 지역을 중심으로 인근 교외 지역에서의 주택거래가 활발하고 주택가격도 다시 고공행진을 시작했다. LA 지역 주택시장이 전국적인 불경기 가운데 호황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중국계 바이어들의 유입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주택 구입자들이 지난해에 비해 주택가격이나 주택조건 등을 따질 때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중국계 구입자들은 가격에 아랑곳없이 다시 ‘묻지 마’식 주택구입에 나서며 주택가격을 올리고 있다.<본보 3월25일자 A2면 보도>

이에 각 부동산 업체와 신규 주택분양 업체들도 중국인 바이어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최근 중국인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 열풍이 거센 LA 인근 지역 주택시장의 신풍속도를 살펴본다.


■중국계 에이전트 ‘귀한 몸’


LA 동부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업체에는 요즘 중국계 에이전트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다국적 에이전트들이 함께 근무하는 이 사무실에는 중국인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어서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국인의 전화는 모두 중국어가 가능한 이들 중국계 에이전트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심지어 중국 본토에서까지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비중국계 에이전트들은 중국어 구사 가능 에이전트들의 신세를 톡톡히 지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아예 중국인 바이어들을 전담하기 위한 특별팀을 꾸려서 운영 중이다. 이 팀에는 비단 중국계 에이전트뿐만 아니라 백인 등 비중국계 에이전트까지 합세해 중국인들의 주택 구입 열망을 충족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이 팀은 2주 전 생애 가장 바쁜 주말을 보냈다. 중국에서 방문하는 ‘큰손’을 대접하기 위해서다. 이미 LA 동부 지역의 한 사업체에 투자한 바이어는 사업체 한두 곳에 더 투자하기 위해 온가족을 동반해 LA를 찾은 것이다. LA를 찾은 차에 휴가용 또는 자녀 유학용 주택까지 구입할 계획이다.

팀은 가족 방문일정에 맞춰 공항에 마중을 나갔음은 물론이고 부인과 자녀들을 데리고 인근 놀이공원까지 방문해야 하는 부업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저녁에는 미리 예약해 둔 중국식 식당으로 가족을 데리고 가 식사를 하는 등 중국인 바이어들의 극진히 대접했다. 이처럼 LA 지역 주택 구입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LA 지역 주택시장의 신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다.


■30명 중 1명 빼고 모두 중국인 바이어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LA 동부 지역에서 활동 중인 한인 에이전트도 최근 중국인 바이어들의 거센 주택 구입 열풍을 실감했다. 1월 말쯤 집을 내놓았지만 뜻밖에도 집을 보러 오는 발길이 뜸해 마음이 조금씩 다급해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2월 중순이 지나면서 서서히 바이어들로부터의 ‘입질’이 오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모두 중국인 바이어들이었다. 첫 오퍼가 제출된 3월 중순께까지 모두 약 30명의 바이어들이 집을 보러왔는데 그 중 1명만 제외하고 모두 중국인 바이어들로 중국인들의 막강 ‘구입 파워’에 에이전트가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3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일시에 오퍼가 제출되기 시작했는데 모두 4건의 ‘캐시 오퍼’가 제출됐고 그 중 3건은 중국인 바이어들이 제출한 오퍼였다. 처음 집을 내놓을 때 리스팅 가격이 다소 높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중국인 바이어들 간 서로 경쟁하면 결국 리스팅 가격보다 조금 낮은 가격의 캐시 오퍼를 셀러가 수락했다.


■주택 구입 지역 동쪽으로 확산

LA 인근 지역에서 중국인들의 주택 구입 지역은 점차 동쪽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LA 중심부에서 약간 동쪽으로 떨어진 몬트레이팍은 이른바 샌개브리엘 밸리의 중심 도시로 이미 중국인 거주자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부터 인근 샌마리노, 패사디나 지역의 부촌 지역은 물론 랜초쿠카몽가, 리버사이드 등 인랜드 임파이어 지역까지 중국인들의 주택 구입 지도가 동쪽으로 퍼지고 있다.

다만 지역에 따라 중국인들의 주택 구입 용도가 조금씩 다르다. 샌마리노나, 패사디나 지역은 중국 본토에 비해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에 중국에서도 내로라하는 부호들이 휴가용 주택 구입지로 각광받고 있다.

자녀 교육을 위해 주택을 구입하려는 중국인은 다이아몬드바나 월넛, 또는 오렌지카운티의 어바인 등에 둥지를 틀고 있다.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샌버나디노 카운티의 경우 주로 중국인 투자자들에 의한 투자용 주택 구입이 많은 편이다.


■대부분 현금 거래, 큰 씀씀이 과시

지난해 중국인들에 의한 주택 구입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 중 대부분은 남가주를 비롯한 가주 지역에 집중됐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들에 의한 주택 구입 비율은 전체 외국인 구입 중 약 12%를 차지했다. 주택시장 활황기였던 2007년의 약 5%의 두 배를 넘어선 비율이다. 지난해 중국인들의 주택 구입 중 약 절반은 가주 지역에서의 구입이었고 중국인 구입 가운데 약 3분의 2이상은 전액 현금 구입인 이른바 ‘캐시 거래’로 중국인들의 주택 구입에 대한 큰 씀씀이를 나타냈다.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중국판 포브스지로 불리는 후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중국 탈출 러시가 극에 이르렀다. 특히 부유층 사이에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후룬 보고서가 신흥 부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약 60% 이상이 중국을 떠나 이민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신흥 부호들이 이민대상 선호지로 꼽은 국가는 미국이 1위로 특히 중국계 이민자 분포가 남가주 지역으로 유입이 이어질 전망이다.


■신규 주택도 중국인 잡기 노력

중국인들의 주택 구입이 신규 주택시장에까지 번지면서 신규 주택분양 업체들의 중국인 바이어 잡기 노력도 눈물겹다. 중국어 구사 가능한 세일즈 에이전트를 두는 것은 기본이고 중국인들이 주택 구입 때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인 ‘풍수’ 디자인까지 적극 반영하고 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100만달러를 호가하는 어바인 지역의 신규 주택단지 ‘앳 램버트 랜치’사는 모델하우스에 중국풍 가구를 비치하는 가하면 만리장성, 중국인 가족, 중국인 농부 사진 등을 벽에 장식하며 친근감 호소에 주력하고 있다.

뉴홈스사는 매스터 침실과 매스터 욕실 2개가 포함된 디자인을 선보여 중국에서 방문하는 친지 맞이를 선호하는 중국인 바이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치노 지역의 대규모 신규 주택단지 칼리지 팍에서 신규 주택을 분양중인 레나사도 비슷한 컨셉으로 중국인 바이어 몰이에 나서고 있다. 당초 경기침체로 실직 가족이 다시 부모의 집으로 들어와 거주하는 바이어들을 겨냥해 본채와 별채를 둔 신규 주택을 선보여 중국인 바이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