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인 `내집 마련 욕구’예전 같지 않아

2014-03-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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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시장 왜 주춤할까

▶ 주택소유, 왠지 부담스럽게 느껴져, 재테크 대상으로도 더 이상 매력 없어, 투자자들이 올려놓은 집값도 부담

주택시장 펀더멘탈이 지난해보다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주택거래 실적은 매우 부진하다. 주택 구입의 발목을 잡았던 모기지 대출기준이 큰 폭으로 완화됐고 고실업률에 대한 우려도 해소됐지만 올 들어 주택 불경기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동부 지역의 이상한파 현상에 따른 주택거래 감소가 주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여름철 주택 장만을 위해서 지금부터 주택 거래가 서서히 시작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주택 거래 실적은 전혀 맥을 못 추고 있다. 주택시장 부진에 대해 일부에서는 미국인들의 주택 보유에 대한 인식의 변화 때문인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주택을 더 이상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거주 용도로만 여기는 인식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점차 식어가고 있는 주택 소유욕의 원인과 배경 등을 진단한다.


■ ‘주택 소유욕’ 사라져간다


주택시장 전문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주택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시선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며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주택시장 전망에 대한 우려를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아메리칸 드림’으로 대변되며 주택시장 성장 동력이던 주택 소유 열망이 최근 주택시장 침체기를 거치는 동안 사라졌다는 것이다. 자금 여력도 충분하고 모기지 대출 조건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보유를 오히려 부담스럽게 여기는 인식이 점차 확산 중인 점에 실러 교수는 주목한다.

주택 소유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주택가격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2006년과 2012년 약 35% 폭락한 주택 가격은 지난해 불과 1년 사이에 약 25%가량 회복 됐음에도 향후 전망은 밝지 않다. 대부분의 주택시장 조사기관은 올해 주택 가격 상승이 크게 둔화돼 지난해보다 약 5% 오르는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내후년부터는 주택 가격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2006년부터 시작된 주택 가격 급락과 같은 사태는 없겠지만 주택 보유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주택 수요가 장기간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이 주택 보유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택, 좋은 투자처가 아니다

주택 가격이 급등하던 2006년까지만 해도 주택만큼 좋은 재테크 수단이 없었다. 자고나면 집값이 오를 정도여서 주택을 마치 부의 축적수단으로 여기기도 했다. 또 주택 담보 대출 등을 통한 가계 재정에 보탬이 많아 주택의 활용도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이같은 생각에 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택 보유가 더 이상 좋은 투자수단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케이스-실러-톰슨 서베이’가 최근 향후 주택 구입 계획이 있는 주택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앞으로 10년간 예상되는 주택 가격 상승폭은 연간 약 3% 정도라는 답변이 대다수였다. 현재 모기지 금리가 아무리 낮다고 해도 약 4.5%대인 점을 감안하면 예상되는 주택 가격 상승률과 비교해 주택 구입이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주택 가격 예상 상승률과 모기지 금리간의 차이가 약 1.5%로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는 계산이다.

반면 주택시장 활황기 때의 경우 연간 주택 가격 상승률이 약 12%였고 당시 모기지 금리는 약 7~8%로 주택 구입에 따른 수익률이 높은 편이었다. 지금처럼 주택 가격 상승률이 모기지 금리보다 낮을 경우 투자 마인드가 있는 주택 수요자들은 주택 구입보다 기타 투자 상품에 자금을 투자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젊은층, 구입보다 임대 선호

젊은층 사이에서 주택 구입보다 주택 임대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교외 지역보다 직장과 가까운 도심 지역에서의 젊은층 임대가 급증하고 있다.

젊은층 사이에서 임대 선호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주택 구입에 대한 부담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고용 시장이 개선되면서 최근 일자리를 얻는 젊은 층이 늘고 있지만 주택 구입보다 임대를 시작하는 수요가 많은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학자금 융자 상환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학자금 융자 규모가 큰 경우 모기지 대출이 쉽지 않고 모기지 대출 조건을 갖췄어도 다시 큰 금액의 대출에 나서는데 따른 심리적 부담감이 젊은층의 주택 구입을 가로 막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젊은층의 주택 임대 비율이 늘거나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부모 세대보다 구입 시기가 늦어질 것을 전망된다.


■투자자들이 올려놓은 집값

지난해 급등한 주택 거래와 주택 가격이 대부분 주택 투자자들에 의한 현상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주택 거래가 늘지 못하는 이유가 설명된다.

투자자들에 의한 주택 구입은 2012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는데 차압매물 전문업체 리얼티트랙에 다르면 2012년 투자자들의 주택 구입 비율은 전체중 약 8%였다.

지난해에는 투자자들에 의한 주택 구입 비율이 더욱 늘어나 주택시장 회복을 견인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자들이 주택시장에서 하나둘씩 발을 빼기 시작했다. 주택 가격 급등에 따른 투자 수익률 하락이 주요인이다.

따라서 지난해 주택시장 회복 중추세력이던 투자자가 감소하면서 올해 주택 거래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주택 가격 상승이 실수요자들에 의한 상승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입에 의한 점도 올해 주택 수요자들이 주택 가격 회복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이유다. 일단 투자자들에 의한 가격 거품이 어느 정도 빠질 때까지 현재 관망상태인 주택 수요가 돌아오지 않을 전망이다.


■불안정한 경제 회복세

미국인들의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져가고 있는 데는 경제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한 탓도 크다. 최근에서야 경제가 바닥을 겨우 탈출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국민은 경제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크다. 대공황에 버금가는 경제침체를 겪은 지 불과 1~2년밖에 안 돼 아직도 경제에 대한 불신이 주택시장에도 깊게 깔려 있다.

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경제침체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미국 경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는 국민이 반대 답변보다 약 30%나 높아 국민들의 경제 불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구입은 일생 중 가장 큰 지출인데 경제전망이 불투명하면 쉽게 주택 구입을 결정하기 힘들다. 최근 미국민 주택 소유율이 사장 최저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이유로도 볼 수 있다. 경제 회복, 소비자 신뢰도 개선, 주택 구입 증가의 선순환으로 이어지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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