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러시아에 같이 항만 이용권 제공 힘의 균형 꼬해
▶ 비파 악기 닮은 비파도는 해외 관광객 유치 공들여
■평양에서 교육받고 라선으로 파견되는 안마원
라선 해안공원에서 아이들의 천진한 웃음소리 속에 행복한 신혼부부들과 시간을 보내다보니 덩달아 즐거워졌다. 안내원을 따라간 다음 일정은 안마소였다. 풍산개가 입구에서 우리를 반갑게 기다리고 있었다.
사나운 개로만 알았던 함경도 원산 풍산개는 서당 개 3년이란 속담처럼 안마소 직원이 다 된 듯 손님에게는 짖지도 않고 꼬리를 흔들며 얌전하게 굴었다. 안내된 이층 방안에는 깨끗한 5개의 침대가 있어 일행이 함께 이용할 수 있었다. 안마사는 평양에서 교육을 받고 라선시에 파견 근무 중이라고 했으며 안마 솜씨가 좋았으며 자신들이 치료사라는 자부심이 커보였다.
족욕과 등 마사지를 포함한 요금은 90분에 100위엔($16)으로 중국 연변과 같은 가격이었으며 팁은 따로 없었다. 안마 중에 일행 한분이 “남한이 얼마나 잘 사는지 알아?”하고 안마사에게 두 번의 질문을 하였지만 모두 못 들었는지 아무 대답이 없었다. 나는 계속 같은 질문을 할까봐 허겁지겁 그분을 모시고 일층으로 내려왔다. 그 바람에 다른 방에 있다가 우리보다 3분정도 늦게 나온 라선시 안내원은 우리가 너무 부지런해서 여행사 사장에게 손님보다 늦게 나왔다고 야단맞았다고 한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고객 우선의 서비스 정신은 같았다.
■1970년대 한국 같은 라선 거리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의 한국을 연상하게 하는 라선 거리에서는 한가하게 오가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많은 건물이 신축되고 있어 한눈에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보였다.
동해로 진출하고 싶은 중국과 남쪽에 항구를 갖고 싶은 러시아에게 50년의 세월동안 부두 사용권을 주어 수입을 올려온 도시답게 우리가 방문했던 청진과 경성에 비하여 도시가 약동하고 있었다. 뉴저지의 조신부는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게 같이 항만 이용권을 주어서 힘의 균형을 꾀하고 있다고 말하며 북한이 쉽게 중국 식민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식당으로 향하였다.
저녁 식사에는 대동강 맥주와 단고기(개고기)가 주문되었다. 말로만 듣던 북한의 단고기는 생각보다 기름기만 많았고 양념과 고기는 적어서 경기도 안양천의 보신탕 맛을 아직도 그리워하는 일행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였지만, 김치는 역시 맛이 있었다.
▲라선시 동북부에 있는 중국인 소유 5성급 카지노호텔과 아름다운 비파도.
■아름다운 비파도의 5성급 카지노와 전당포
라선시 바닷가는 아름다웠다. 도시중심에서 북동쪽으로 15Km가면 유난히 물이 맑은 비파도 해수욕장이 있다. 비파라는 악기를 닮아서 명명된 비파도라는데 일설에는 파도를 피하는 섬이라서 비파도라고 불린다는 이야기도 있단다.
조그마한 섬은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었다. 이미 많은 중국인들이 버스나 승용차로 여행을 오고 있었으며 홍콩 자본이 1억불 이상을 투자하여 세운5성급 카지노 호텔은 자체 발전기를 사용하여서 전기가 부족한 북한에서도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가 북한 카지노를 구경하기 위해 입장하려 했으나 모든 직원이 중국말을 사용하였으며 간신히 떠듬거리며 한국말을 하는 중국 직원을 만나고 보니 카지노 입장을 위하여 카지노 머니를 구입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아쉽지만 구경을 포기하고 나왔다.
이 카지노의 출입은 외국인만 허용이 된다는데 내가 본 모든 출입객은 중국 사람이었다. 이 호텔이 1998년 세워진 이후 2004년 중국 연변자치구의 모 공무원이 미화 25만 달러가 넘는 정부 돈을 탕진한 이후 약 1년간 폐쇄되었다가 다시 영업이 재개되었으나 중국 정부의 공무원 청빈 운동과 관리감독이 심하여 예전만큼 성황을 누리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카지노는 못 들어갔지만 숙소는 카지노 건너편에 기다리고 있었다. ‘비파 민속려관’으로 향하여 가는 도로변에 중국인이 운영하는 전당포도 있었는데 카지노에서 돈을 탕진하고 나면 이곳을 이용한다고 한다. 민속려관은 전통 한옥으로 운치 있게 디자인 되어 있으나 방에는 온돌 대신 일인용 침대 3개가 있었다.
▲비파도 민속려관: 라선시 동북부 비파도 앞에 있는 여관은 목조 건축물로 조선시대 대갓집처럼 보였다.
■만원버스 같은 세관에서 2시간의 통관절차
6일간의 북한여행을 마치고 원정 세관으로 향하였다. 어둡고 비좁은 세관은 질서의 개념을 초월한 중국인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우리 일행들 사이로 중국인들은 모르는 척 또는 실수한 척하며 끝없이 새치기를 한다. 알 수 없는 말로 떠들며 자기들끼리도 밀고 당기고 하는데 1960년대 통학시간의 서울의 시내버스 칸에 들어온 것 같았다.
그 와중에도 눈에 뜨인 건 중국인 사이에 끼어 있는 북한 여행자들이었는데 중국인들의 새치기에도 아랑곳 않고 질서 정연한 모습이었다. 동방예의지국의 같은 피가 흐르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약 10명 정도의 중국인에게 새치기 당한 후 우리 차례가 되었다. 검사원은 우리 카메라와 기억장치(메모리칩)를 가지고 가서 따로 정밀히 검사한 후 돌려주었다.
나는 입국할 때 보관시켰던 한국 돈을 받았다. 세관 검사원은 일행 6명의 소지품과 가방을 아주 세심하게 조사하였다. 심지어 팬티 속의 고무줄까지 손으로 더듬거리며 무언가를 조사하고 있었다. 약 2시간의 검사를 받은 뒤 우리는 해방의 기쁨을 느끼며 세관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제2, 제3의 동명유치원이 세워지기 바라며
내가 북한을 얼마나 보았을까? 라선, 청진, 경성, 칠보산까지 총 이동거리는 약 200Km. 코끼리의 다리가 아니라 발톱만 본 것은 아닐까? 또한 안내원의 이야기를 확인 할 수도 없었고 확인할 길도 없었다. 내가 보지 않은 코끼리의 귀와 꼬리는 어떤 모양일까? 알 수 없었다. 며칠 전 130번 북한을 방문하여 나무 600만 그루를 심었다는 김장로라는 분을 뉴저지에서 만났다. 그분 이야기가 내가 본 라선시는 북한에서 제일 잘 사는 곳이며 포장된 대로에서 벗어나야 북한의 실상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통일은 대박이다’의 저자인 중앙대 신창민 교수에 의하면 우리가 통일된 후 10년이 되는 시점에 국민 일인당 소득은 6만5,000달러 정도가 예상된다고 한다. 그런데 통일비용으로 국민 일인당 약 1천400달러씩 10년을 투자해야 이루는 성과라고 한다. 노무현 정부 때 국민 일인당 일 년에 5달러를 지원하고 퍼주기라고 온갖 욕을 먹었는데 280배에 가까운 돈을 투자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 박근혜대통령까지 통일은 대박이라고 하였으니 대대적인 국민의식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통일은 대박이 확실한데, 대박을 위해선 희생과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의 방법은 다양하다. 신뢰 프로세스, 민간투자, 햇빛정책,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나무심기, 의료사업, 이산가족상봉, 문화교류, 상호 방문 등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다를 것이다.
뉴저지 조야고버 신부는 이의 한 방법으로 예수님 사랑을 실천하는 3층 건물의 라선시 동명 유치원을 개원하여 5백 명의 유치원생들에게 매일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제 제2, 제3의 동명유치원이 북한 땅 여기저기에 세워지기 바란다. 한국일보에 연재를 하는 7주일동안 많은 분들로부터 통일문제와 북한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음을 감사하며 다음 북한 방문의 기회가 있다면 좋은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더 많은 사람의 동참을 기대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