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과 질병

2014-02-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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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세상에 태어나 감기 한 번 들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거다. 지금까지 수억의 사람이 태어났고 죽어갔지만 모두가 다 질병(疾病)앞에선 자유롭지 못했다. 석가모니가 말했듯이 사람은 생로병사(生老病死)의 한계 안에서 살아간다. 즉 태어나 늙고 병들면 죽게 되는데 자연사일 경우 질병이 사망의 주요인이 된다.

질병(疾病)의 사전적 의미는 “유기체의 신체적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된 상태”다. 넓은 의미에서는 고통과 스트레스, 신체기관의 기능장애, 행동장애와 증후군, 감염, 죽음까지도 포함된다. 질병이란 몸 밖에서부터 들어오는 바이러스성 감염의 경우도 있지만 몸 안에서 스스로 발생되는 케이스도 많다. 즉 마음으로부터 생기는 병이다.


요즘 ‘이·에프·티(EFT)치유법’이 서구를 비롯해 한국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EFT란 Emotional Freedom Techniques의 약자로 마음을 통해 질병에서 자유를 얻는다는 기법이다. 즉 마음을 회복하여 몸의 병까지도 치유한다. 이 치유법은 요통, 디스크, 골절, 오십견, 복통, 근육통, 혈압, 앨러지, 화병, 우울증과 각종 암 등을 낫게 한다.

EFT전문 의사는 말한다. 아팠던 기억과 부정적 믿음과 생각이 병을 만든다고. 그러며 몸은 삶을 기록하며 병이라는 것은 각자가 육체적·사회적으로 살아온 인생 체험의 결정으로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깨달을 때야말로 오랜 난치병 등에서 해방되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한다. 즉 난치병도 마음만 바로 잡으면 치유가능하단 뜻이다.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s)란 게 있다. 어릴 적, 배가 아프면 어머니가 배에다 빨간 옥도정기를 발라준다. 그러면 아팠던 배가 낫는 경험을 해 본적이 있을 거다. 어머니가 발라준 옥도정기가 어린아이의 마음을 ‘이제 약을 발랐으니 낫겠지’하고 안심하게 해 통증을 해소시켜 정말 낫게 해주는 거다.

미국의 정신·방사선과 전문의 주비에타(Zubieta)박사의 임상결과다. 플라시보를 환자들에게 투여해 검증된 뇌의 효과는 심리적인 기분전환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환자들의 대뇌에 생리적인 변화, 즉 신경세포의 활동과 신경전달물질의 변화가 동반돼, 한 마디로 좋아진다고 마음이 움직이면 실제로 몸도 좋아진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친구가 상담을 해왔다.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때문에 두통이 너무 심하다고 하였다. 자나 깨나 그 사람 얼굴이 나타나 자신을 괴롭힌다는 것이다. 한 가지 방법을 알려줬다. 그 사람이 잘되기를 위해 기도해 보라는 권유였다. 그는 무척 난감해 했다. 자신도 그가 미운데 어떻게 기도를 할 수 있냐며.

여러 날이 지나고 연락이 왔다.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려 했더니 온갖 망상이 떠올라 기도할 수 없었다고. 그러나 마음을 진정시켜 수없이 시도한 결과 기도가 됐고 계속해 기도했더니 아프던 두통이 말끔하게 사라졌다고. 또 미워지던 마음도 가셨고 자나 깨나 떠올랐던 그 사람 얼굴도 떠오르지 않게 됐다 한다.

불교 <화엄경>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이 나온다.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란 뜻이다. 질병도 마찬가지다. 마음먹기에 달려 몸에서 나갈 수 있고 아니면 몸속에서 더 악화될 수도 있다. 특히 남을 미워하는 마음이나 분노는 병을 만드는 주원인이 될 수 있다. 가능 한한, 힘들지만, 미움과 분노는 피하는 게 좋다.

뉴욕의대 재활의학과의 존 사노(John Sarno)박사가 쓴 <요통을 이기는 마음의 힘:Mind Over Back Pain>. 이 책은 15만 명의 독자에게 등과 허리의 만성통증을 사라지게 했다. 그의 이론은 만성통증의 경우 신체의 구조적문제가 아닌 심리적문제요, 약물이나 수술 없이도 심리적 문제를 알아차리는 것만으로 통증은 풀어진다고 한다.

우리네 생에 질병만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9988234’란 말이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2·3일안에 죽는다”란 뜻이다. “그럼 자식들에게 폐하나 끼치지 않고 가니 얼마나 좋으랴”고들 한다. 일소일소 일노일노(一笑一少 一怒一老)다.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지고 한 번 화내면 한 번 늙어진다. 마음과 질병 떼놓을 수 없는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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