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룡들도 독감에 걸렸을까?

2014-01-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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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아니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언제 처음 독감 바이러스가 동물을 감염시켰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단지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데이비드 모렌스 박사가 주요 인간 전염병들의 역사를 분석한 결과, 적어도 1,000년 전부터 독감은 존재했다.“1918년 이후부터는 독감이 있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1918년에 무려 5,000만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이 대유행했으니까요. 그러나 그 이전 시기는 과학적 추측이나 추론에 의존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전염병이 대창궐한 과거 기록들을 바탕으로 1510년에 독감이 존재했을 확률은 95%라는 게 모렌스 박사의 설명이다.


서기 800년까지 내려가면 확률은 80%로 떨어진다. 덧붙여 그는 우리가 흑사병으로만 알고 있는 590년의 전염병에 독감도 한 몫 했을지 모른다고 여긴다. 그렇다면 공룡이 살고 있던 시기의 확률은? 역사 분석으로는 계량화된 추정이 힘들다는 입장이다.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와는 별도로 많은 바이러스 학자들이 그동안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적 기원 규명에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애리조나대학 마이클 워로베이 박사도 그중 한사람. 그는 현재 독감 바이러스와 다른 바이러스들의 게놈을 비교 분석하는 방법으로 독감 바이러스의 진화 계보를 밝히고 있다.“연구 결과, 독감 바이러스와 전염성 연어 빈혈병 바이러스(ISAV)의 조상이 서로 유사한 게놈을 지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두 바이러스가 분리된 시점은 언제일까.

현재로선 특정하기 어렵다. 바이러스의 게놈은 동물의 게놈에 비해 훨씬 빠르게 변이하기 때문이다.

물론 바이러스의 일부 핵심 게놈은 매우 안정적이다. 실제로 워로베이 박사는 과거 에이즈 바이러스(HIV)의 친척을 연구한 적이 있는데 그 바이러스는 아프리카 해안에서 외부와 격리된 채 무려 1만년을 진화해왔지만 게놈의 상당부분이 HIV와 동일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독감 바이러스와 관련해서는 이런 증거들이 발견된 바 없다.“ISAV와 유사성을 가진 독감 바이러스의 조상이 공룡들을 감염시켰냐고요? 현 시점에서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네요.”


<파퓰러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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