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칼럼/ 전심전력으로, 그러나 힘을 빼고
2013-12-20 (금) 12:00:00
골프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그런데 내 코치는 자꾸 힘을 빼라고 한다. 내가 어깨에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갔단다. 공이 이리저리 개념 없이 날아가는 이유가 순전히 쓸데없는 힘 때문이란다.
그 말의 뜻을 이제야 깨달았다. 있는 힘을 줘서 내려친다고 공이 멀리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힘을 빼고 치니 훨씬 더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 날아갔다. 이 - 럴 - 수 - 가..!! 어깨에 잔뜩 들어갔던 힘을 빼니 자세도 좋고 결과도 좋다.
세상도 그렇고 사업도 그렇지 않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참을 생각했다. 나는 그동안 너무 어깨에 많은 힘을 주고 살지는 않았나, 반성을 했다. 나만의 고집과 주장에 들어간 힘, 나만의 이기심과 욕심에 들어간 힘. 거기서 나는 얼마나 내 스스로를 옥죄어 왔던가.
자동차가 모래 구덩이에 빠졌을 때 액셀을 밟으면 밟을수록 더 빠진다. 힘 있게 올라갈 것 같지만 오히려 더 깊숙이 빠진다. 이때는 타이어의 바람을 어느 정도 빼줘야 한다. 그리고 힘은 정작 필요할 때를 위해서 남겨둬야 한다.
회계사로써 많은 손님을 만난다. 그 중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힘만 들어가 있는 손님들도 있다. 버리자니 아깝고 갖자니 두렵다. 놓을 수도 없고 취할 수도 없이 세월만 보낸다.
삼광과 팔광이 들어왔다고 표정부터 달라지는 것은 아마추어다. 그것 들고 무조건 고(Go)할 수는 없다. 오광(五光)을 들고도 죽을 줄 아는 것 - 그것이 진짜 선수다. 세상에는 선수들 천지인데 아마추어에게 무슨 승리의 월계관이 돌아오겠는가?
앞으로 그런 분을 만나면 힘부터 빼라고 권하고 싶다. 힘을 빼고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 더 좋은 기회가 또 올 수 있다. 충분히 비우고 낮은 자세로 힘을 빼면 기회는 다시 온다. 전심전력으로 그러나 힘은 충분히 빼고 살고 싶다. 왜냐하면 힘을 빼야 진짜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문주한<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