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재정비리 의혹으로 회장과 이사진 전원이 사퇴하며 파장을 일으킨 ‘파바’(PAVA World)를 지켜보며 떠오른 한 마디. ‘귤화위지’라는 고사성어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로 사람이나 사물이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성질이 변질된다는 것을 빗댄 것이다.
사임한 이 단체의 회장이 10년 넘게 1,000여명이 넘는 한인 청소년과 학부모들을 쥐락펴락 군림하며 수상한 공금사용 의혹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데는 ‘대통령 자원봉사상’(President’sVolunteer Service Award)이라는 ‘전가의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의 자원봉사 활동 격려를 위해 순수한 의미로 시작됐던 이 ‘대통령 자원봉사상’이 이 단체에서는 마치 대학진학에 큰 영양을 미치는 것으로 포장돼 ‘대입 스펙용’으로 전락했고, 때로는 후원금 모금 수단이 됐다가 또 때로는 사임한 회장의 위세 과시용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들이 자원봉사자들에게 주고 있는 ‘대통령 자원봉사상’의 의미와 성격을 제대로 알고 나면 이번 ‘파바’사태는 차라리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대통령 자원봉사상’은 ‘전국 커뮤니티 봉사단’(이하 CNCS)이라는 비영리단체가 백악관의 위임을 받아 주관하는 상으로, CNCS로부터 인증을 받은 2만여 개 비영리단체들을 통해 매년 자원봉사자들에게 수여된다. 이 상을 받기 위해선 딱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된다. 자원봉사자가 미국시민(또는 영주권자)이어야 하고, 금, 은, 동상에 따른 일정한 봉사시간을 채우는 것이다. 금상의 경우, 연간 250시간의 자원봉사 참여를 충족해야 한다.
그렇다면, 미국 봉사활동은 커녕 한국 국적자가 분명한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장이 ‘대통령 자원봉사상’을 받을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 불가하지만 ‘파바’에서는 가능했다. 지난해 충북 보은군은 정상혁 군수가 오바마 대통령의 친필 서명이 들어간 ‘대통령 자원봉사상’을 받았다며 보도자료를 돌리기까지 했다. 전달한 사람은 사임한 파바의 전직 회장이었다.
유일한 기준인 연간 250시간 봉사시간을 채웠다면 ‘대통령 자원봉사상’을 받을 수 있을까? ‘파바’에서라면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파바’는 학생의 부모가 6일 이상 봉사활동에 참여해야 하고, 유료 클래스인 사물놀이나 탈춤 강의를 수강해야만 대통령 자원봉사상 수상신청을 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한 적도 있었고, 학생의 부모는 연간 100달러씩을 회비로 납부하도록 했다. 미국의 어떤 봉사단체에서도 볼 수 없는 ‘파바’만의 수상한 기준이었다.
지난 10여년 간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지명도를 높여 온 ‘파바’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비리와 단절하고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는 단호한 자세가 요구된다. 사태수습을 자임하고 나선 학부모들이 미적거리지 않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또 학부모 스스로 자원봉사를 자녀의 대입스펙용으로 착각하는 무지와 몰이해에서 벗어나야 제2의 파바 사태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