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2025년은 미국 경제사에 있어 ‘불확실성’이라는 단어가 가장 뼈아프게 다가온 한 해였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단행된 강력한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는 미주 한인 사회와 경제 전반에 거대한 폭풍우를 몰고 왔다.
가장 먼저 우리를 덮친 것은 관세 장벽이었다. 행정명령을 통해 단행된 보편적 기본 관세와 대중국 고율 관세는 공급망의 말단에 있는 한인 수입업자와 소매업자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CPI)는 한때 3% 초반까지 반등하며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를 낳았고, 이는 연방준비제도(FRB)의 금리 인하 행보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실제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3%라는 깜짝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이는 관세 인상 전 물량을 확보하려는 ‘밀어내기식 수입’과 정부 지출 확대에 기인한 착시 현상이 섞여 있었다.
이민 정책의 급격한 강화 역시 한인 경제의 근간인 노동 시장을 흔들었다. 서류 미비자에 대한 단속과 비자 발급 요건 강화는 요식업과 건설업 등 노동 집약적 산업에 종사하는 한인 기업들에 심각한 구인난과 인건비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안겼다. 올해 말 미국의 실업률이 4% 중반대를 기록하며 고용 시장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상태에 머무는 동안, 우리 한인 소상공인들은 유례없는 경영 환경의 변화 속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그러나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운 법이다. 다가오는 새해는 미국 경제, 특히 미주 한인 경제에 있어 커다란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그 중심에는 역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질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 16개 도시에서 개최되는 이번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경제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주요 분석 기관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50억달러를 상회하며, 약 4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LA 등 한인 밀집 지역이 주요 개최 도시로 선정됨에 따라 숙박·요식·물류·관광업에 종사하는 한인 경제권에 유례없는 ‘특수’가 예상된다.
이미 2025년 하반기부터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가 재개되면서 2026년 기준금리는 3%대 중반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낮아진 조달 비용은 그간 투자를 미뤄왔던 한인 기업가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어줄 것이다. 2026년 GDP 성장률은 2.0%~2.3% 수준으로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며, 인플레이션 역시 연준의 목표치인 2%에 근접하며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6년의 희망 섞인 전망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지난 1년간의 불확실성을 ‘적응의 자산’으로 승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을 통해 노동력 부족을 극복해온 한인 기업들의 저력은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수요 앞에서 빛을 발할 것이다.
특히 월드컵 기간 동안 쏟아질 수천만 명의 관광객은 ‘K-컬처’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킬 기회다. K-푸드를 필두로 한 한인 서비스업은 단순한 소비처를 넘어 한국의 문화를 파는 전초기지가 될 것이다. 리스크 관리에 치중했던 2025년의 ‘방어적 경영’에서 벗어나, 이제는 월드컵 특수를 겨냥한 ‘공격적 마케팅’과 시설 투자로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다.
이제 2026년의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월드컵의 함성이 미 전역에 울려 퍼질 때, 그 열기가 우리 한인들의 일터와 가정에 따뜻한 경제적 온기로 치환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불확실성의 시대는 가고, 이제 ‘기회의 시대’가 우리 앞에 와 있다. 준비된 자에게 2026년은 미주 한인 경제가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는 역사적인 원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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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