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융자 승인 내년에 깐깐해진다

2013-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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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격 모기지 대출법’ 본격 시행

▶ 심사 강화에 신규 대출·재융자 타격, ‘도드-프랭크’ 법 영향 차압은 감소, ‘주택시장 급랭’ 금융권 강한 반대

내년에도 많은 부동산 관련규정이 시행 또는 변경을 앞두고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한 규정은 대폭 축소되거나 종료된다는 점이다. 7년 간의 주택시장‘수혈을 중단해도 될 때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주택수요를 감소시킬 만한 규정들이 시행을 앞두고 있어 우려된다. 눈에 띄는 규정은 모기지 대출 발급기준을 강화한‘적격 모기지 대출법’(QMR: Qualified Mortgage Regulations)이다. 미자격 대출자들을 상대로 한 무분별한 모기지 대출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취지의 법안으로 내년 1월1일부터 본격 시행예정이다. 법안 시행을 앞두고 연방 정부의 기대는 큰 편이지만 업계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더 많다. 이제 막 살아난 주택시장이 모기지 대출기준 강화로 다시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대부분이다.


■모기지 신청 감소 불가피
QMR 시행에 따른 업계의 가장 큰 우려는 신규 모기지 대출 및 재융자 수요의 급격한 감소다.

재융자 신청은 모기지 금리가 오르면서 이미 크게 줄었고 주택구입 수요 역시 비성수기를 맞아 급감했다. 여기에 QMR까지 시행되면 모기지 대출 미자격자가 속출해 주택구입 수요가 짓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큰 우려다.


부동산 웹진 하우징와이어의 제이콥 캐프니 에디터는 “현재 모기지 대출자격을 갖췄더라도 새 규정에 따르면 모기지 대출을 받지 못하는 대출자가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디언 모기지사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모기지 대출 유자격자 중 약 48%가 새 규정 시행 후 대출 미자격자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대출자 상환능력 입증 의무
QMR의 주요 내용은 모기지 대출 발급 때 은행이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환능력 입증을 위해 법안을 마련한 ‘소비자 금융보호국’(CFPB)은 구체적인 대출심사 기준을 제시했다.

대출자의 현재 소득상황, 현 고용상황, 예상 모기지 페이먼트, 기타 부채에 대판 페이먼트, 이혼수당을 포함한 기타 부채상황, ‘총 부채상환 비율’(DTI) 등의 8가지 조건을 대출 심사에 반드시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DTI 조건의 경우 CFPB가 최고 43%로 기준을 못 박았기 때문에 앞으로 이 기준을 넘게 되면 모기지 대출을 받기 힘들 전망이다. 일부 은행에서는 DTI가 43%가 넘는 대출자에게도 모기지 대출을 발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보증 융자는 받기 힘들고 높은 이자율 적용 등을 감수해야 한다.

QMR은 서프 프라임 사태의 주범인 이른바 ‘악성 모기지’ 대출 관행을 규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악성 모기지로 지정된 모기지는 일정기간 이자만 상환하는 ‘인터레스트 온리’(Interest-Only) 론, 대출 초반 페이먼트는 낮아 부담이 없지만 이후 원금이 불어나는 ‘역상각’(Negative-Amortization) 론, 대출상환 기간이 30년 이상으로 이자 금액이 높아지는 장기 론 등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대출자들의 대출상환 능력을 떨어뜨리는 이같은 악성 모기지들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차압 줄이는 대신 대출심사 강화
QMR의 모체가 된 법안은 금융권 규제를 위해 제정된 ‘도드-프랭크’ 법안이다. 금융위기 이후 대출 은행권의 무분별한 대출과 불법 차압 등을 규제하기 위해 마련된 도드-프랭크 법안 시행으로 차압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은행이 차압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차압이 적법했음을 CFPB 측에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 측은 차압 실시 전 부실 대출자에게 재융자, 숏세일, 융자조정 등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한 뒤 차압에 나서야 한다.

차압 절차가 까다로워지는 데다 차압관련 비용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대출 발급시기부터 아예 차압위험을 줄이려는 은행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은행들이 미래 차압을 피하기 위해서 신규대출 발급을 더욱 까다롭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권과 정부 입장 정면충돌
QMR 본격 시행을 코앞에 두고도 업계와 정부 간의 반응은 첨예하게 대립중이다.

모기지 업계를 대변하는 ‘모기지은행업협회’(MBA)는 새 규정이 시행될 경우 주택융자 시장에 다시 신용경색이 찾아올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데이빗 스티븐슨 MBA 회장은 지난달 연례회의에서 “정책 입안자들이 기대하는 QMR의 실효성이 매우 낮다”며 “소수계를 포함한 저소득층 대출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가 실효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기지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은행 측에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피해가 커 내년부터 모기지 대출에 ‘몸 사리는’ 은행이 늘 것이라는 것이 MBA 측의 우려다.

반면 이에 대해 정부 측의 입장은 완고하다. 2010년 이미 법안이 소개됐고 올해 초부터 1년간의 시험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에 본격 시행돼도 큰 혼란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금융권 저격수로 유명한 리처드 코드레이 CFPB 국장은 MBA 컨벤션에서 MBA 측의 우려 입장을 ‘기우’라고 쏘아붙이며 “현재 발급되는 대부분의 모기지가 이미 새로 시행되는 규정에 맞춰 발급되는 추세라서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임시 예외규정
DTI가 높아지는 대출자 중 국영 대출기관인 프레디맥과 패니매가 정한 대출기준을 갖췄거나 ‘연방 농업국’(USDA)과 ‘재향군인회’(VA) 융자기준에 적합한 대출자에 한해 법안 시행 후 최장 7개월 동안만 ‘적격 대출자’ 기준에 맞는 대출을 허용할 방침이다.

DTI 43% 룰이 일괄적으로 적용될 경우 주택가격 폭락에 따른 ‘깡통주택’ 소유주들 등 부채 비율이 높아진 주택 소유주들의 재융자는 어렵게 된다. 따라서 현재 연방 정부가 지원하는 재융자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대출자들에게는 예외규정을 두기로 했다.

새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은행들은 변동 이자율 융자, 이자만 내는 융자 등 이른바 ‘고위험’ 융자를 보유한 대출자들에게 ‘대출상환 능력’ 입증의무에 관계없이 재융자를 실시할 수 있게 된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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