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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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일원 가볼만한 곳 완전정복/ 크라이슬러 빌딩

2013-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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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자동차 시장 호령하던 뉴욕의 자존심.자부심 상징

그랜드센트럴 역을 나와 동쪽 방향으로 높이 선 건물이 보인다. 벽돌로 단단하게 쌓아올린 건물은 위로 갈수록 매끈한 디자인을 자랑하고 있다. 마치 왕관의 한 단면처럼 화려하게 장식된 지붕, 그리고 그 위를 세밀하게 디자인해 첨탑과 함께 올린 모습이 세련미를 더한다. 혹자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세련된 회색 수트의 오피스맨이라면, 이 빌딩은 패셔너블한 의상에 재즈를 즐기는 자유인’이라 말한다. 42번가와 렉싱턴 애비뉴가 만나는 곳에 자리한 ‘크라이슬러 빌딩(Chrysler Building, 77층·319m)’ 이야기다.

아르데코 양식의 결정판
이름 그대로 당초 이 빌딩은 자동차회사 크라이슬러의 본사 건물을 목표로 그 건설안이 마련되었다. 당시 유행하던 아르데코 양식에 기반해 뉴욕의 최고층 건물을 완성시키려 했던 것이다. 이는 세계 자동차 시장을 호령하던 크라이슬러의 자부심을 고양시키려는 목적이 컸다.

이 건물의 설계는 브루클린 출신으로, 이미 파리에서 유학까지 하고 돌아온 윌리엄 반 알렌이 맡았다. 철근을 삽입하기는 했으나 물 380만개가 넘는 벽돌을 이용해 그 내구성 강화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아울러 일주일간 4개 층을 짓는 무서운 속도전을 펼쳤지만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낳지 않는 집중력을 보였다.


권위와 높이에 대한 열망이 낳은 시대의 거울
매년 미 건축가협회에서 선정하는 ‘아름다운 건축물 Top 10’에 단골로 선정되는 이 빌딩은, 무엇보다 건물 꼭대기에 자리한 ‘왕관형 장식’이 볼거리로 꼽힌다. 유리 왕관을 상정해 꼭대기 12층 높이로 완성시킨 이 부분은 입체감에 더해 아름다운 조형미를 그린다. 특히 위의 첨탑과 함께 무지개 모양이 중층되어 사면을 휘감는 입체감은 인위적 조형미의 극치나 다름없다. 혹자는 이를 ‘크라이슬러 자동차의 커다란 라디에이터 후드’로 비견한다.

한편 건물 내에는 우드 재질로 만든 32개의 엘리베이터와 함께 3,862개의 창문이 설치되어 있다. 개관 당시만 해도 건물 71층에는 전망대가 자리했지만 1945년에 폐쇄. 이후 현재는 오피스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특징적인 미관은 이 건물의 안정적 소유에까지 도움이 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크라이슬러의 경영 위기로 인해 몇 차례의 소유권 이전이 이뤄져, 현재는 중동 아부다비 투자위원회가 소유권의 9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맨해튼은행 빌딩을 제치고 세계 최고층 빌딩이란 위용은 불과 한 달여 만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완성으로 잃게 되었다. 회사의 권위를 과시하고 높이에 대한 강한 열망은 사실 미국의 한 시기를 상징하는 거울과도 같았던 것이다.
<이수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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