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시험, 지난 3월 문제와 같아...시험취소로 이어질 수도
미국의 대입수능시험인 SAT 문제가 한국에서 유출됐다는 의혹이 또 다시 일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대규모 시험성적 취소로 이어질 수도 있어 대학 입시를 코앞에 둔 응시생들은 12월 재시험이나 타국에서 시험을 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기 때문에 또 한 번 파장이 우려된다.
한국의 SAT 응시생과 학원가 등에서는 강남의 일부 학원에서 올해 3월 미국 SAT 시험에서 출제된 문제로 수업을 진행했다는 주장이 9일 제기됐다. 특히 이달 5일 한국에서 치러진 SAT 시험이 앞서 3월 미국의 괌에서 치른 시험과 순서만 바꿔 동일하게 출제돼 해당 학원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혜택을 입었다는 주장이다.
SAT는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기출문제 공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국내 어학원들은 수강생 모집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다양한 경로로 유출본을 입수해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칼리지보드는 추가비용을 지불한 응시자에게는 1·5·10월의 SAT 시험에 한해 문제와 정답을 공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3·6·11·12월 시험은 기출문제를 제공하지 않고 문제를 재활용하고 있다.
지난 5일 시험 1~2주 전부터 중국 브로커를 통해 문제를 사들인 강남의 일부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유출된 문제를 미리 제공해 수업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로 인해 만점자가 속출하면 가담하지 않은 다른 학생들의 성적 하락을 유도하게 돼 선의의 피해자가 대규모로 생겨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SAT 공동주관사인 미국교육평가원(ETS)의 한국 관계자는 "10월 한국 SAT 시험을 두고 문제가 지적돼 본사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2월 불거진 서울 강남 어학원들의 SAT 문제유출 의혹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은 "이번 의혹은 아직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풍문 수준"이라며 "구체적인 범죄단서가 확인되면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해 ETS에 SAT 문제와 유사한 어학원 교재의 감정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검찰은 최종 회신을 받는 대로 학원 관계자와 브로커 등 범죄 혐의가 드러난 이들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앞서 시험주관사인 칼리지보드는 국내 일부 학원이 시험문제를 유출한 정황을 포착하고 올해 5월 시험과 6월 선택과목인 생물 시험을 취소한 바 있다. 또한 2007년에도 SAT 시험문제의 사전유출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한국 응시생 900명 전원의 성적이 무료 처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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