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책 모기지 기관 역할 민간에 이양”

2013-08-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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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곽 드러난 오바마 주택시장 개혁안

▶ 프레디맥·패니매 해체 포함 시장 재편계획 연방 모기지보험공사 등 신설 납세자 보호 시행중인‘깡통주택’소유주 재융자도 확대

주택금융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주택시장 개혁안이 발표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일 민생 투어 마지막 장소로 방문한 피닉스의 한 고등학교에서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 지원 축소 방안으로 국책 모기지 기관을 폐쇄하는 대신 민간 금융업체가 역할을 대신할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잡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시행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주택시장이 갑자기 붕괴되면서 두 기관의 역할이 오히려 부각됐고 몸집만 커지게 됐다. 최근 주택 시장이 정상화되면서 정부 수혈이 필요 없다는 판단 아래 두 기관에 과감히 칼을 댈 계획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오바마 대통령의 주요 발표 내용과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모기지 공룡 사라지나

오바마 대통령 연설의 골자는 주택금융 시스템에서 정부의 손을 가능한 떼고 민간 부문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부터 논의되던 국영 모기지 기관 프레디맥과 패니매를 서서히 폐쇄하겠다는 내용이 이번 연설을 주를 이뤘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두 기관은 주택 모기지 투자 판단이 잘못 되더라도 국민들의 세금이 손실을 메워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러면서 주택시장 불경기를 틈타 정부 지원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려 왔다”고 해체 필요성을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08년 발생한 서브 프라임 사태로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거의 파산직전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이후 무려 약 1,870억달러에 달하는 공적 자금을 투입 받아 기사회생한 두 기관은 현재까지 전체 모기지 대출의 약 3분의 2가량에 대해 보증을 섰거나 매입에 나서면서 몸집 부풀리기에 나섰다. 두 기관의 모기지 시장 점유율은 금액으로 따지면 약 10조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정부가 이처럼 막대한 규모로 주택금융 시장을 지원하는 것이 비정상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두 기관의 주택금융 시장 지탱 역할을 민영기관에 떠넘길 계획이다. 현행처럼 민간은행이 발급한 모기지 대출을 두 기관이 사들이거나 보증하는 대신 은행이 직접 민영 투자자들에게 매각해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민간부문이 책임지도록 하는 방안이다.

지난 6월 말 공화당과 민주당이 공동 발의한 ‘주택금융 시장 개혁’ 관련 법안에서도 두 기관과 ‘연방주택국’(FHA)을 폐쇄하는 대신 납세자를 보호하기 위해 ‘연방 모기지보험공사’(FMIC)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분별한 주택 구입도 근절

오바마 대통령의 주택금융 시장 개혁과 관련된 발언에는 과거 성행했던 무분별한 주택 구입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구입 한도를 넘어선 무분별한 주택 구입을 제한하기 위한 정책을 펼쳐 왔다”며 “앞으로는 주택 구입이 꼭 필요한 책임 있는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을 돕기 위한 정책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이미 시행돼 오던 ‘깡통주택’ 소유자들에 대한 재융자 정책을 확대 시행할 계획을 밝히며 “경기 침체로 일자리를 잃은 국민이 대출자격을 개선할 의지를 갖고 있다면 모기지 대출 때 평등한 기회를 제공받아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에 따르면 실직으로 주택을 압류 당했거나 숏세일로 처분, 또는 파산을 신청한 개인에게도 ‘연방 주택국’(FHA)이 보증을 서는 주택 융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소비자 단체 환영

오바마 대통령의 주택금융 시장 개혁안 발표 후 소비자 단체들은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간 연구기관 ‘미국진보센터’(CAP)의 줄리아 고든 주택금융 정책부문 디렉터는 “오바마 대통령의 공식적인 입장을 장기간 기다려 왔다”며 “모기지 시장 개혁안이 성공하면 주택시장의 전망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뱅크레이트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지지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의 로베르토 퀘르시아 교수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워싱턴 DC에 있는 기타 주택시장 관련 단체나 기관에도 영향을 주기 바란다”며 “아직 끝나지 않는 주택시장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고든 디렉터는 또 “집값이 올랐지만 아직도 ‘깡통주택’ 상태로 재융자를 받지 못한 대출자가 많다”며 “특히 정부기관 보증을 받지 못한 대출자들 중 아직도 6~7%대의 높은 이자율을 적용받는 사례가 많다”고 강조했다. 모기지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재융자 정책이 확대 시행되어야 고금리 적용 대출자들의 불이익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피닉스 방문 의미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 현안 관련 민생투어 마지막 장소로 방문해 주택금융 시장 개혁의지를 역설한 곳은 다름 아닌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였다. 피닉스는 서브프라임 사태 발생 후 주택시장 침체 여파가 전국에서 가장 컸던 곳이다.

주택가격이 하루아침에 폭락하고 차압이 속출하는 등 주택시장 회생이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지역이었다.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9년에도 피닉스에서 주택시장 지원책을 발표한 바 있으나 조기 결실을 보지는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주택시장 침체 근원지로 여겨진 피닉스를 연설 장소로 택한 데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피닉스를 주택시장 거품붕괴의 ‘그라운드 제로’로 표현하며 침체의 골이 깊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피닉스 지역의 주택가격이 급등하면 전국적인 주택가격 상승세를 이끄는 등 극적인 회복을 이룬 곳이기도 하다. 이같은 곳을 방문해 그동안 주택시장 회복에 쏟아 부은 노력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미가 많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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