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정 (회생 한의원 원장)
한의학에서는 직관적으로 기 혹은 에너지의 관점에서 자연과 인간을 이해한다. 물질이 어떤 형태를 이루는 바탕에는 선행적으로 기의 작용이 있다.
인체에서도 화기, 바람 기운 등의 작용이 먼저 일어난 후 육체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따라서 우리가 뻣뻣함, 통증, 떨림 등과 같은 몸의 어떤 이상을 느낄 때 종종 양방 검사상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한참 증상이 악화되었을 때 어떤 병이라고 이름 부쳐지게 된다.
그 이유는 병이 깊어지기 전에는 기의 변화가 주로 일어나고 양방 검사상에 포착될 정도의 획기적인 물질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인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이 단계 역시 한의학적으로는 기의 비정상적인 변화가 일어난 질병 상태이다.
만물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기운은 음과 양이라는 대조적인 두 에너지다. 기는 플러스와 마아너스, 밤과 낮, 여성과 남성 같은 음과 양의 양극적인형태로 움직인다. 또한 만물은 나무 기운, 불 기운, 흙 기운, 금속 기운, 물 기운으로 상징화된 다섯 가지 기운으로 변화하는데 이것을 오행이라 한다. 자연계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환절기가 오행의 변화로 일어난다. 인체 역시 음양오행의 원리대로 형성되고 작용한다.
한의학에서는 오장육부는 발전기와 같은 인체의 중심이고 거기서 발생한 에너지가 경락이라는 기의 통로를 통해 인체의 각 부분으로 전달된다고 보고 있다. 오장육부나 경락은 음양오행의 원리로 작용한다. 따라서 질병 역시 이러한 원리에 근거하여 파악 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한의학적인 방법이다.
두통이 있을 때 머리 부분을, 무릎통증에 무릎을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대증요법이라고 한다. 이런 방법도 효과가 있지만 그 원인인 오장육부를 찾아내어 음양오행의 원리로 파악하고 치료하는 것이 근원적인 방법일 것이다.
사암 오행침은 16세기경 조선시대에 생존했던 의성으로 추앙받는 명의인 사암도인이 득도의 경지에서 창안한 우리나라 고유의 침법이다. 한의학 역사에서 어떤 병증이라도 오장육부라는 근원을 다스려야한다는 원칙이 한약부분에서는 장부변증이라는 학문으로 잘 지켜져 왔지만 침술부분에서는 아픈 부위를 위주로 하는 대증요법이 대분분이였다.
한의학에서 건강은 조화된 상태를 의미한다. 근본뿌리인 오장육부가 음양, 오행 간에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 나머지 가지 같은 인체의 각 부분과 꽃과 같이 표출된 눈, 귀 등 감각 기관은 자연히 건강하게 된다.
반면, 조화를 잃어버리면 허거나 과하거나 차거나 뜨거운 상태가 된다. 사암 오행침에서는 인체 어떤 부분의 문제이든지 그 원인인 부조화된 장부를 찾아 음양오행의 원칙에 입각하여 균형을 되찾게 한다. 그러면 제반 문제들이 자연히 해결 된다. 그것은 마치 명사수가 과녁의 중심을 겨냥하여 명중시키는 것과 같다. 그러기에 불과 몇 개의 자침만 한다.
필자는 임상에서 환자의 병증에 따라 여러 침법을 골라 쓴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비교 임상을 통해 사암침의 우수성을 깊이 체험하였다. 그 이유는 명확하고 간단하다. 사암 오행침이야말로 한의학의 원리에 가장 충실한 침법이기 때문이다. 사암침으로 수년 동안 마비되어 어떤 방법으로도 꼼짝하지 않던 수족이 2주 만에 움직이기 시작하고 다른 방법들로 조정이 전혀 안되던 녹내장으로 인한 안압이 정상화되었다. 많은 영역에서 사암침은 독보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우리고유의 명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