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니콜 켈리의 아름다움

2013-06-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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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미인의 조건은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움이 결여된 미인(美人)은 미인이 아닐 수 있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의 아름다움(美·beauty)은 “감각적인 기쁨을 주는 대상의 특성으로 마음을 끌어당기는 조화(調和:harmony)의 상태”라 한다. 즉 보기에 좋으며 마음을 설레게 해주면서 기쁨을 주는 무엇, 그것이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어쩜 인간의 본능이다.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도 마음에 설렘이 없다면 그건 인간이 아닐 수 있다. 여름철 들어 여인들의 노출이 심하다. 특히 자신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여인들의 노출은 보는 사람들에게 설렘을 준다. 설렘을 넘어 유혹까지도 준다. 아예 눈을 돌려버려 설렘의 마음을 달래 보기도 한다.
아름다움엔 두 가지 구분이 있다. 주관적 아름다움과 객관적 아름다움이다. 주관적이란,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아름다운 여인이라도 추한 마음으로 볼 땐, 보여 지는 여인의 아름다움 역시 추해질 수 있다. 그러니 주관적 아름다움은 대상을 보는 이의 마음에 달려 있다.


객관적 아름다움이란 모든 사람들(심사위원)에게 점수를 받아 미스코리아가 되거나 미스아메리카로 당선되는 그런 아름다움일 수 있다. 물론 이 때에도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점수가 계산된다. 허나 총점의 평균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자가 진선미(眞善美)로 당선되니 객관적 아름다움의 점수라 할 수 있다. 이땐 심성(心性)까지 채점된다.

지난 6월8일 아이오와에서 열린 미스아이오와(주) 선출에서 한쪽 팔(왼쪽 팔굼치 아랫부분)이 없는 니콜 켈리(23)가 진(眞)으로 당선됐다. 장애인이다. 금년 9월에 열리는 미스아메리카대회에 사상 처음으로 팔이 하나 없는 미인이 출전하게 된다. 수영복, 드레스, 장기자랑, 인터뷰의 심사를 받게 될 켈리가 과연 어떤 점수를 받을지 궁금하다.

한국의 미스코리아 대회는 1957년 한국일보에서 처음 시작했고 미국의 미스아메리카대회는 1921년 미스아메리카조직위에서 시작했다. 켈리의 미인대회 본선 진출은 세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아이오와주의 심사위원들이 보는 아름다움의 관점이 우주적관점으로 승화됐다. 어찌 이런 일이! 아이오와 심사위원들, 심미안을 가졌다.

한쪽 팔이 없이 선천성장애인으로 태어난 켈리는 네브라스카 링컨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고 지난 5월 졸업했다. 그녀는 “자라면서 포기하지 않겠다는 외향적 성격으로 장애인에 대한 주변의 시선을 극복하게 됐다”며 “야구와 댄스, 다이빙 등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슨 일이든 도전했다. 미인대회도 도전 중의 하나”라며 환하게 웃음을 선물한다.
“나는 타인들에게 쳐다볼 권리가 인정되는 세계인 무대에서 나의 열정을 찾았다. 1년 전 ‘내 미래에 미인대회 여왕이 있다’고 말했다면 모두들 웃고 말았을 것이다. 이제 장애 극복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말 할 수 있게 돼 너무나 기쁘다”고 홈페이지 올려놓고 있다. 사흘간에 걸친 미인 심사대회에서 그녀가 왕관을 차지한 것, 땅의 기쁨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미스 몬타나(주)로 뽑힌 알렉시스 와인먼(18)도 자폐증 환자로 병중에 있으면서도 미인대회에 나와 당당히 왕관을 썼다. 그녀도 금년 미스아메리카에 도전한다. 와인먼은 11살 때 전반적발달장애(PDD)와 아스퍼거증후군(BAS) 진단을 받았다.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못하고 정형화된 행동을 반복하는 병이라 한다.

노출이 심한 계절, 아름다움이 거리에 넘실댄다. 어떤 경우엔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도 있다. 눈이 있음에도 불구, 거리에 넘쳐나는 아름다움을 왜 똑바로 바라볼 수 없는 건가. 마음의 눈이 아름답지 못해서인가. 저마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려는 여인들의, 여름 한 낮의 도심의 풍경. 정말 아름답다. 기쁨과 조화다.

니콜 켈리의 아름다움은 쳐다 볼 권리가 인정되는 세계인의 무대에서 한쪽 팔이 없는 자신을 과감하게 내 놓는 그녀의 자신감에 있다. 자폐증의 와인먼도 마찬가지. 감각적인 기쁨과 마음을 끌어당기는 조화의 상태가 아름다움이다. 외모와 내면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움, 그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미모에 자신이 없나. 마음을 자신감으로 꾸며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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