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내에서 생긴 일

2013-05-04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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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바 오 사진작가

지난해 가을 친구와 함께 한국 여행길에 올랐을 때였다. 적립된 마일리지를 이용해 비즈니스 석으로 여행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마침 성수기였는지 비즈니스 석은 자리가 없고 일등석만 여유가 있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그동안 모으고 모았던 마일리지를 모두 투자해서 일등석 티켓을 마련했다.

친구와 나는 쾌적한 여행에 대한 기대로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며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런데 막상 타고 보니 의자의 등받이가 꽤나 높고 좌석과 좌석 간 간격이 넓어 친구와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가기에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친구 앞자리에 앉았고, 친구의 옆자리에는 50대 쯤 되어 보이는 한인남성이 앉아 있었다. 그는 언제 마셨는지 탑승하던 때부터 얼굴이 취기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는 얼마 후 젊은 여자 둘이 그 남자 옆으로 오더니 그때부터 낯 뜨거운 장난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앞서 공항 라운지에서 왔다 갔다하며 시선을 끌던 여자들이었다. 평범한 여성들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었는 데 문제의 남성이 일등석으로 그들을 초대(?)한 모양이었다. 그중 한 여성이 남자의 무릎 위에 앉아 시시덕거리더니 마침내는 둘이 서로 끌어안는 것이었다.

옆에서 이런 장면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있던 친구는 참다못해 벌떡 일어나 “이게 무슨 짓이냐”고 고함을 질렀다. 넓지 않은 일등석은 한 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여자들은 사라지고 그 남자는 영어로 소리를 지르며 덤벼들었다. 조용히 여유 있게 여행 하려던 기대가 산산조각 난 것만도 분한 데, 이 남자는 ‘내가 뭘 잘못했느냐’는 식으로 계속 떠들어 댔다. 친구는 너무 격분하여 말문이 막히는 것 같았다.

나는 듣다못해 그 남자에게 “한국사람끼리 한국말 합시다. 반 토막 영어 가지고 떠들지 말고”라고 쏘아 붙였다.

기내는 더욱 시끄러워지고, 그제야 승무원들이 달려와서 사과를 했다. 자기네는 그 광경을 못 보았다고 변명을 했다. 뒤에 있던 승무원들이 못 보았을 리가 없는 일이었다.

기장도 나와서 사과를 하기는 했지만 우리의 일등석 여행은 이미 엉망으로 망가져버렸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온통 진흙탕으로 만들어 버린 셈이었다.

요즈음 한동안 시끄러웠던 ‘기내 라면 사건’을 접하며 이전의 불쾌했던 여행경험이 떠올랐다. ‘라면 사건’은 서로의 자존심 싸움이었던 것 같다. 한편에는 대기업의 높은 직책을 가진 사람이 있고 다른 편에는 여 승무원이 있다.

대기업 임원은 어떤 우월감으로 대접을 받고자하는 마음에 실수 아닌 실수를 저지른 것 같고, 반대편의 여 승무원은 승무원으로서의 자존심이 발동했던 것 같다. 안전이 중요시 되는 기내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문제의 임원의 행동은 더욱 부각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지난 가을 우리가 기내에서 목격했던 그 낯 뜨거운 꼴불견 행동은 어떨까. 만약 당시 우리가 인터넷에 그 사건을 세세히 올렸다면 네티즌들은 그 남성에게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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