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마
2013-04-18 (목) 12:00:00
나는 꿈을 탄다
목털이 긴 흑마를
초원을 지난다
밟힌 풀은 발자국을 센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겨울이 온다
별들이 내가 달린 길을 따라 흐르고
깊은 잠에 빠지지도 않고
헐떡이며 강을 따라 흐른다
독마
바람을 맞서며
햇빛을 휘감고
밤에도 잠을 자지 않는다
열중하는 말발굽은
공간을 춤추며 돌을 깨고
걸어놓은 그림 같은 밤의 풍경
깨어있는 달무리가 기운다
비 투이 링Vi Thuy Linh( 1980-) ‘독마’ 전문, 번역 배양수
한 마리 말이 밤을 달린다. 목털이 긴 흑마가 초원을 달린다. 밤은 말이고 꿈이고 초원이고 살아 숨 쉬는 우주의 에너지이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말을 중심으로 별이 흐르고 강이 흐르고 풀들이 우루루 누웠다 일어선다. 빛의 광채가 그의 몸을 감싸고 공간이 춤을 추듯 출렁인다. 고도로 집중된 흑마라는 밤의 벡터, 순수한 에너지로 충만한 신비한 밤이다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