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이버 테러 선진국

2013-04-11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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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전 세계 탐정 브랜드 1위이자 가장 긴 속편 제작 기록을 갖고 있는 제임스 본드가 탄생한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1964년 그의 창조자인 이안 플레밍이 죽은 후 6명의 작가가 공인된 본드 연작물을 썼고 6명의 배우가 본드 역할을 맡았으며 주 제작사인 이온사가 23편의 본드 시리즈를 만들었다. 본드 영화는 멋진 음악에다 최신형 승용차와 첨단 장비, 미녀 등 스타일로 우선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만 내용도 냉전이 치열할 때는 소련, 냉전이 끝난 후에는 핵무기 확산, 북한이 이슈로 떠오를 때는 북한 악당을 등장시키는 등 시대 흐름에 발맞춰 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에 나온 최신작 ‘스카이폴’의 악당 라울 실바가 사이버테러리스트라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요즘은 스마트 폰 시대고 인터넷 시대다. 한시라도 손 안에 스마트 폰이 없으면 불안해하고 인터넷 접속이 안 되면 사무를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사이버 공간의 중요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를 타겟으로 하려는 테러리스트들도 늘게 마련이다.

일찍이 사이버 테러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 전담반을 키운 나라가 있다. 이 나라 전담반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사이버 테러를 막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교묘히 저지를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점이 특이하다.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2009년 인민 무력부 산하 정찰국과 노동당 산하 작전부, 각종 테러와 대남·해외 정보를 수집하는 35호실 등 3개 기관을 통합, 대남 업무 총괄 기구인 정찰총국을 창설했다. 이 정찰총국 산하에 전자 정찰국 ‘사이버전 지도국’(일명 121국)이 있다. 다른 나라 전산망에 침입, 바이러스 유포와 자료 해킹을 일삼는 이 조직의 인원은 500명으로 시작했다 이제는 3,000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직 소속원에게는 해외 유학 등의 특전이 주어지며 북한의 엘리트만이 여기서 일할 수 있다. 중국 흑룡강, 산동, 복건, 요녕성과 베이징 인근에 대남 사이버전 수행 거점도 설치돼 있는데 이들의 사이버전 능력은 미 CIA에 필적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3월 20일 KBS 등 주요 언론과 신한은행 등 금융기관을 마비시킨 범인이 밝혀졌다. 한국 민·관·군 합동 대응팀은 3.20 사이버테러를 역추적하다 북한 해커가 실수로 남겨둔 북한 내부 IP를 발견, 이번은 물론 과거 농협 해킹도 북한 정찰총국이 저질렀다는 확실한 증거를 잡았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에서 발견된 공격 경유지와 악성코드가 과거 디도스 공격이나 농협 공격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것이다.

이번 사이버 테러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천안함 폭침과 다름없다. 은밀히 어두운 곳에 숨어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겠다는 북한의 의도가 뻔히 보인다. 한국 정부는 전산 안전망 구축에 박차를 가해 한국이 다시는 이런 북한 장난에 놀아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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