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응석받이 구출하기

2013-04-01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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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성 가정상담소 프로그램 디렉터

요즈음은 가정마다 아이를 적게 낳다보니 집 안팎에서 어린아이를 다루고 대하는 일이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시도 때도 없이 울며 보채는 아이도 눈에 띈다.

밥그릇을 들고 아이를 쫓아다니며 한 술이라도 더 먹이려는 엄마가 있고 해 달라는 것을 안해 준다고 엄마에게 주먹질하는 아이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모들은 마냥 흐뭇한 듯 아이들을 바라보고만 있다. 이를 보다 못한 어른이 다가가서 훈계라도 할라치면 오히려 남의 아이 기죽이지 말라는 핀잔에 말 한 마디 못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이런 아이들의 행동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한살 두 살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릴 적부터 길든 응석은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옛말처럼 점점 더 힘을 받아 새로운 행동으로 진화해 나간다.

문제는 어릴 적 응석받이였던 시절의 행동들이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서 부터 ‘고난의 행군’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제일 먼저 부딪치는 문제는 또래들과 어울리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다.

집에서처럼 응석을 받아주는 또래친구들이 없기 때문이다. 혹시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더라도 제 의견이나 주장을 받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이들과 어울리는 일이나 모임에 흥미를 잃게 되고 외톨이가 되어 또래들의 세계와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행동주의 심리학의 학습이론에서는 응석받이 행동을 ‘학습된 행동’으로 간주하고 이를 ‘관심추구 행동’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행동은 부모가 아이의 “부적절한 관심추구 행동(응석)에 부적절한 강화(응석을 받아주는 행동)”를 주어 학습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학습된 응석받이 행동은 부모나 주위 사람들이 관심(부적절한 강화)을 중단하고 대신 아이가 바람직한 행동을 할 때 많은 칭찬과 관심(정적강화)을 보여줌으로써 수정할 수가 있다.

우리 선조는 자녀교육의 어려움을 깨닫고 응석받이와 같은 유아적 행동의 발생을 아예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훌륭한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 자식을 서로 바꿔서 가르치는 역자지교(易子之敎)의 지혜로운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학식과 덕망이 높은 선후배에게 교육을 부탁하던 관습이다. 이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자식을 가르치는 일이 그만큼 어렵기도 하지만 훌륭한 집안의 예의범절과 학문을 익혀 훌륭한 인재로 키우고 싶은 부모의 욕망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 귀하기는 마찬가지요 바르게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에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자식을 귀하게 여기는 방법과 정도가 좀 과하다는 느낌이다.

물론 자식은 귀하게 키워야 한다. 그러나 “귀한 자식 매 한대 더 때리고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고 했다. 아이들을 반듯하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좋게만 대해 주는 것이 오히려 해롭다는 점을 일깨워 준 선인들의 지혜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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