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니그로, 강물을 말하다

2013-03-28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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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물을 알고 있네
우리 몸속에 피가
흐르기도 전
저 먼 시원으로부터 흘러온 강물을
내 영혼은 강물처럼 깊이 자라났네
이른 새벽 유프라테스 강에 목욕을 했고
콩고 강 곁에 오두막을 짓고 강물의 자장가를 들었다네
나일 강을 올려다보며 그 위에 피라미드를 높이 세웠었지
링컨이 뉴올리언즈에 왔을 때
미시시피 강이 노래하는 소리를 들었다네. 진흙빛 강물의 젖가슴은
저녁노을을 아래 온통 황금빛이 되었었지
나는 강물을 알고 있네
시원으로부터 흘러온 검은 강물을
내 영혼은 강물처럼 깊이 자라났네
랭스턴 휴즈(Langston Hughes, 1902~ 1967)

‘니그로, 강물을 말하다‘ 전문

랭스턴 휴즈가 열아홉에 쓴 시이다. 그의 가슴 속에는 시원으로부터 흘러온 강물이 흐른다. 유프라테스 강이 흐르고 콩고 강이 흐른다. 링컨을 맞이하면서 기쁨과 희망으로 빛나던 미시시피 강의 금빛 노을을 그는 또한 기억한다. 인간 역사의 낮고 깊은 곳을 껴안으며 구비 구비 흘러온 강물, 그 강물과도 같은 흑인 영가. 시인의 영혼은 알고 있다, 저 검은 강물의 깊고 깊은 비애와 구원을 또한.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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