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봄비

2013-03-26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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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 자는
씨앗은 일어나라고
은지팡이로 토독!
톡!
톡톡!
두들기며 비 옵니다.

한혜영(1954- ) ‘봄비’ 전문

디즈니 클래식 영화 ‘밤비’가 생각난다. 긴 겨울이 끝나고 봄비가 숲을 적실 때 톡톡 튀는 빗속을 뛰어다니던 어린 사슴들. 생명의 푸른 싹이 산과 들과 어린 짐승들의 가슴에 피어나던 단비의 장면. 시 속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은빛 가늘고 빛나는 마술의 지팡이로 세상을 깨운다. 리듬감 있게, 경쾌하게, 어서 일어나라고. 어서 일어나서 잎을 피우고 꽃을 피우라고.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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