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영화> 심리묘사 탁월 ‘초한지: 영웅의 부활’

2013-03-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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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중국 역사극의 단골 ‘초한지’가 다시 영화로 찾아온다.

영화 ‘초한지: 영웅의 부활’(감독 루 추안)은 패왕 항우와 한고조 유방, 유방 부하 중 걸물인 한신이 중국 천하를 얻기 위해 벌이는 권력 투쟁을 그렸다.

큰 틀은 대체로 이미 알려진 역사적 사실 그대로여서 낯설지 않다.


진나라에 맞서 병사를 이끌던 명장 항우(다니엘 우)는 유방(류예)에게 병사 5천을 줘서 그의 아내를 구출하도록 돕고 의기투합해 진나라를 멸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진나라의 화려한 왕궁을 두눈으로 본 이들과 한신(장첸)은 저마다 속에서 꿈틀거리는 권력의 야망을 발견하면서 갈등과 의심으로 서로를 향해 칼끝을 겨눈다.

3년간의 역사적 고증을 거치고 20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대서사 액션 블록버스터. 하지만 액션보다는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에 공을 들인 느낌이다. 심리 서사극이란 이름이 더 어울릴 법하다.

화려하고 큰 규모의 액션, 판타지와 무협 요소를 섞은 눈요깃거리 중심의 기존 중국 영화와 차별화하려고 애썼다.

세 남자의 권력욕, 콤플렉스와 불안감이 뒤섞인 유방과 그의 아내 여치(친란)의 심리 묘사가 섬세하다.

최근 KBS2 TV에서 방영한 중국 대하드라마 ‘초한지’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여치 역을 맡아 사랑의 감정이 어떻게 탐욕과 분노로 바뀌는지 잘 보여준 배우 친란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얽히고설킨 갈등 관계와 심리 묘사를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긴장감을 잃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대규모 전쟁 장면, 백성에 대한 착취가 그대로 녹아있는 진의 웅장한 왕궁 모습을 비롯해 볼거리도 크게 손색없다.

사면초가(四面楚歌),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고사성어로 우리에게 익숙한 항우와 유방의 해하((垓下) 전투, 한나라 개국공신인 한신의 숙청 장면도 나온다.

한신, 소하와 함께 유방 부하의 삼걸로 꼽히는 장량의 대사도 기억에 남는다.

"역사를 기록하는 자들은 역사에 책임을 져야 한다. 안 그러면 후손들이 역사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3월2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6분.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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