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양약초 강의’ 자료 수집을 위해 홀 푸드 마켓에 갔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과거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현지 재배 농산물이나 유기농 제품들이 매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약초들을 유기농 코너에서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현지재배 농산물과 유기농법으로 재배되는 식재료를 사용하자는 운동은 미국에서 수십 년 전부터 있었다. 근년 지구의 환경 보전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이 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농약이나 화학적 방법이 배제된 먹거리를 찾는 것이 생활화 되어가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약초도 식재료의 일종으로 다뤄지고 있다. 약초 역시 현지에서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것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반면 한인사회의 일부 한의사들이나 한약재 판매상들은 이런 흐름에 너무 무심하다. 한의계에서 사용하는 상당수의 약재들이 중국산이며 이들 제품에서 중금속이 발견됐다는 것은 이미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그럼에도 한의계가 그 재료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딱히 대안이 없어서 일까? 현지의 약재, 비슷한 약효를 지닌 서양 약초라는 대안을 생각해봤으며 한다.
소비자들이 이런 문제에 무심하면 미주 한의계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중국약재나 다른 제3국의 약재들을 수입해서 사용할 것이다. 언제까지 “XX약재 중금속 발견”이라는 뉴스를 접하고 그대로 앉아만 있을 것인가? 이제는 소비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본다. 아니 이미 제시된 대안을 한의계가 찾아서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나선다면 한의계도 움직일 것이다.
미국인들이 한약을 못 먹어서 신체가 허약하나? 아니다. 그러면 미국인들은 어떻게 건강을 지켜왔나? 미국인들도 그들 나름대로 이 땅에서 자라는 약초를 통해 자신들의 건강을 지켜왔다. 자신들이 살아온 토양에서 난 음식을 먹고 그 토양에서 자란 약초로 병을 다스려 온 것이다.
한의학이 수천 년을 내려오면서 수많은 명 처방들이 전해내려 오고 있다. 이들 처방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바로 농약을 쓰지 않은 약재, 그 땅에서 자라는 약재로 약을 처방했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에 와서는 유기농 약재라는 개념으로, 자기 나라, 자기 고장에서 나오는 약재, 신토불이라는 개념으로 내려오게 됐다.
한국에서 수백 년 전부터 내려오는 처방을 한국에 사는 한국사람들에게 사용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생활습관이나 기후조건이 완전히 다른 이곳 미국에서 그것도 미국 땅에서 나는 약초가 아니라 중국산을 사용한다면 이거야 말로 한의학 이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닐까?
한편 미국의 약재는 원산지 확인부터 유기농 제품 확인을 쉽게 할 수 있다. 이제 미주 한의학은 한약의 안전성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어야 할 뿐 아니라 미국서 생산되는 약초를 소개해야 한다고 본다.
신선하고, 질 좋은 현지의 약초들을 한의학 이론으로 해석해 치료의 영역을 넓히는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 이것이 미주 한의사의 특권이며 의무다. 또 한의사들이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