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우 14,000의 추억

2013-03-06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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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 36,000’이란 책이 있었다. 제임스 글래스먼과 케빈 해셋이란 주식 전문가들이 쓴 이 책은 곧 다우존스 산업 지수가 36,000에 이를 것이라며 모든 사람에 주식 투자를 권했다. 이들은 이 책 서문에서 “21세기 초에 접어든 지금 주가는 싸다. 지금까지 주식이 오른 것을 놓쳤다면 아직도 늦지 않다. 주식은 지금 일생일대 단 한 번뿐인 36,000 고지를 향해 가고 있다”고 썼다.

이 책이 나온 1999년은 하이텍 붐으로 주가가 연일 치솟으며 직장인들이 일은 안 하고 온통 주식 이야기만 할 때였다. 그 이듬해인 2000년 1월 다우존스 산업지수가 11,750을 치며 사상최고를 기록하자 주식 투자 열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 했다. 그리고는 끝이었다. 그 후 미 주가는 2년 10개월 동안 당시로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폭락에 폭락을 거듭, 7,200선까지 떨어지며 투자가들을 울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주식으로 날린 돈 때문에 난 상처가 아물기도 전 이번에는 부동산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자고나면 집값은 두 자리 수로 뛰고 너도나도 빚을 내 집을 샀다. 역사적으로 미 집값은 인플레 이상 오른 적이 없었다는 경고가 나오고 수입도 일자리도 없이 엉터리로 만든 융자 신청서를 만들어 집을 사는 일이 다반사라는 기사가 잇달았지만 주택 광풍에 취한 사람들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히려 ‘미국 집값은 대공황 이후 전국적으로 떨어져 본 일이 없다’ ‘미국 집값은 이민자 때문에 괜찮다’는 호도성 주장이 더 판을 쳤다. 유례없는 주택 호황과 함께 증시도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2007년 10월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14,164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리고는 다시 그것으로 끝이었다. 주택 버블이 터지면서 주가는 하이텍 버블 붕괴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떨어져 불과 1년 3개월 만에 6,547을 기록했다. 전 세계는 대공황 급 충격에 떨었고 자본주의 자체가 붕괴될지 모른다는 예측까지 나왔다.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는 대공황의 재발을 막기 위해 금리를 0%선까지 내리고 무제한으로 돈을 풀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5일 다우는 다시 14,200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기록을 세웠다. 그러자 사람들은 다시 환호성을 지르며 지금이 주식 투자의 적기라 외치고 있다. 지금 미국은 8%대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고 재정 적자와 국채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일자리가 없어 취업을 포기한 사람,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 등을 감안한 실질 실업률은 15%에 이른다. 경제 성장은 연 1~2%대고 향후 수년간 전망도 밝다고만 할 수는 없다.

다우 14,000은 4년 전에 비해서는 2배가 오른 수치지만 7년 전과 비교하면 전혀 오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 다우의 기록 경신은 그저 축하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주식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지난 번 14,000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한번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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