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속에 잠드신 이 누구신가
2013-03-05 (화) 12:00:00
그대가 밀어올린 꽃줄기
끝에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김선우(1970- ) ‘내 몸 속에 잠드신 이 누구신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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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 들꽃이라도 피어나는가, 꽃대궁 끝이 떨리듯 열리고 벌 한 마리 날아든다. 가만, 바라보던 시인은 그 작고 충만한 사랑의 에너지에 취해 버린다. 자연이 만드는 관능의 미세한 우주가 그녀의 몸속에 피어난다. 누가 꽃이고 누가 사람인가. 만물은 본시 하나, 애초부터 경계는 없는 것이었으니 사람 속에 꽃이 있고 꽃 속에 사람이 있다. 여인과 꽃과 벌, 서로의 안과 밖을 나누어 하나가 되니, 이 거친 세상에도 만끽할 봄꽃들 지천이겠다.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