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청춘의 섬

2013-03-0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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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리아는 터키 인근에 있는 작은 섬이다. 얼핏 보기에는 지중해의 수많은 섬과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이 섬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이곳 주민들은 좀처럼 죽지 않는다. 80까지는 그냥 살고 90~100세도 흔하다.

현재 98세인 스타마티스 모라이티스도 그중 한 명이다. 1943년 미국에 이민 온 그는 76년까지 그런대로 만족스런 삶을 살았다. 그러나 어느 날 숨이 가빠 병원을 찾았다가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의사들은 약물 치료를 받으면 9개월까지는 살 수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는 죽더라도 고향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카리아로 돌아왔다. 처음 침대에 누워 죽을 날만 기다리던 그는 가끔 동네 교회에 나가기도 하고 찾아온 옛 친구들과 와인을 마시기도 했다. 그러다 집 정원에 야채를 심기 시작했다. 수확 때까지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재미 삼아 해 본 것이었다. 6개월이 지났지만 그는 죽지 않았다.


그 다음에는 포도를 심고 포도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낮에는 포도밭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낮잠을 자고 저녁에는 마을 술집에 가 도미노 게임을 했다. 그리고 35년 세월이 흘렀다. 그는 아직도 건강하고 암은 완치된 상태다.

이 섬은 오키나와, 남가주 로마 린다와 함께 가장 장수 노인이 많은 지역이다. 오키나와가 해산물과 야채, 산나물을 주식으로 하는 오키나와 다이어트로 유명하고 남가주 로마 린다는 술 담배를 하지 않고 채식을 주로 하며 가족주의적인 제7일 재림 교인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라면 이카리아는 지중해 다이어트의 본산이다. 과거 장수촌으로 알려졌던 에콰도르와 그루지야의 마을들은 엄격한 조사 결과 장수와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역시 해산물과 야채를 주식으로 하는 지중해 다이어트는 올리브기름을 많이 쓰고 견과류, 과일, 콩을 자주 먹으며 식사에 와인을 곁들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는 여러 번 나왔지만 이들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방대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권위 있는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지는 최근호에서 7,400여명의 스페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중해식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심장 질환과 뇌졸중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3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카리아 사람들이 오래 사는 것은 채소를 직접 기르고 염소젖을 짜 먹는 등 신선한 음식을 먹는 탓도 있지만 생활 습관 탓도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시간관념이 없다. 이웃사람들이 아무 때나 놀러오고 함께 밥 먹으며 이야기하는 것이 전통이기 때문에 혼자 외롭게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우울증과 치매 등 정신질환자도 드물다.

미국 대도시에 살면서 이카리아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지만 지중해 다이어트를 하는 것만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건강히 오래 살고 싶다면 지중해식 식단을 짜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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