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플라이가이

2013-02-26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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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음악인 듯 홀로 춤추는 이속은 텅 비어 있으면서 허우대만 멀쩡한 이발목은 세상에 꽉 잡혀 있으면서 형이상학적으로 하늘만 휘젓고 사는 이세상사는 일이 이름처럼 날아가지 못해도 열정적이어야 한다는 이그저께 개업한 식당 앞에서 아침부터 밤늦도록 두 팔 높이 쳐들고어서 오라고, 오라고 한 번도 식탁에 앉아보지 못한 그 식당을온 몸으로 외치고 있다몸 전체가 바람뿐이어서 숨겨 놓은 것 하나 없는 이바람만 있으면 절망이라곤 없는 이주인이 전기 코드만 뽑으면 운명이려니 하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이아무 것도 잡히지 않아서, 아무것도, 걸리지 않아서 좋은바람만이 길인 그 속에서어서 먹어 보라고, 먹어 보라고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그 식당을오늘도 가장 가볍게, 가장 신나게온몸으로 외치고 있다.

전향(1960- ) ‘플라이가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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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한 식당 앞에 속없는 사나이가 춤을 추고 있다. 플라이 가이다. 식당고용인이지만 식탁에 앉아 밥 한 술 먹어보지 못한 그는 허우대만 멀쩡한 바람인형이다. 자유의지라곤 없는 광고용 노예다. 코드만 빼면 사라져야 하는 억울한 운명이건만 그는 열정적으로 삶을 살고 있다. 한탄도 원망도 없는 저 혼신의 춤을 보라. 누가 저 사나이보다 더 가볍고 자유로울 수 있는가. 숨긴 하나 것 없어 순정한 바람 같은 삶이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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