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대통령, 고향으로 가세요

2013-02-23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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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종욱 한동대 교수

이명박 대통령이 이제 퇴임하고 은퇴생활을 하게 된다. 이 대통령은 서울 내곡동에 땅을 매입하여 사저를 지으려 했지만 이른바 ‘내곡동 사건’으로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고 몇 달 전 청와대는 논현동 자택을 보수하여 쓰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또 최근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은퇴 후에도 서울에 사무실을 갖고 생활무대를 서울로 한다고 발표했다. 나는 이 대통령이 은퇴생활을 고향에 가서 하면서 지역사회 발전을 비롯해 사회봉사에 헌신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모두 은퇴 생활터전을 서울로 정했다. 왜 서울을 떠나지 못할까? 고향은 외로워서 그럴까?


작년 ‘노곡동 사건’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때 송석구 당시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장이 뚱딴지같은 발언을 해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는 한 기자간담회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이 서울이 아닌 진영(김해 봉하 마을)으로 가니 외로워서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 대통령이 시골에 살면 ‘외로워서 죽는다’니 철학자인 그의 분별력과 인격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노 대통령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해 대통령 권한 임시중단이라는 아픔을 당했으며 여러 얽히고설킨 정쟁에 시달리다 “대통령 못해 먹겠다”고 한탄하기도 한 ‘불운의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그는 국가이익이 관련된 정책수행에 있어서는 과감하게 자기희생의 결단력을 보여주었다. 그 예가 바로 ‘한국군 이라크 파병’이었으며 ‘한·미 FTA 인준절차 수행’이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이 내린 또 하나의 중요한 결정은 은퇴 후 사저를 김해로 정한 것이다.

은퇴 후 ‘외롭지 않기 위해’ 서울에 매달려 살아온 전직 대통령에게 폭탄선언을 한 결정이다. 노 대통령이 밀짚모자를 쓰고 뒷자리에 손자를 태운 채 자전거로 봉하 마을을 다니면서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던 아름다운 모습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는 정치의 흙탕물에서 빠져나와 조용히 가정으로 돌아가 할아버지와 아버지, 남편이 된 것이다. 어떻게 이 모습을 보고 ‘외로워서 죽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가 외로워서 자살한 것인가?

미국 대통령의 은퇴생활은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은퇴 후 ‘외로워서’ 워싱턴에 머물고 있었던 대통령은 거의 없다. 자신이 살던 곳이나 고향에서 여생을 보낸다. 수도 워싱턴에 남아 ‘정치 훈수’를 두는 전직 대통령을 미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나는 노 전 대통령의 은퇴생활을 보면서 지미 카터를 생각했다. 그가 카터 전 대통령을 닮기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카터는 현직에 있을 때 별로 인기가 없었다. 그래서 재선에 실패했다. 그는 은퇴 후 조지아 고향으로 은퇴해 땅콩농사에 종사하면서 어릴 때부터 다니던 교회에서 장년 주일학교 교사로 다시 봉사했다. 아울러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동참해 세계 를 돌아다니며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 그의 인기는 대통령 재직 때보다 훨씬 높다.

이 대통령의 고향은 포항시 흥해읍 ‘덕실 마을’이다. 나는 이 대통령이 은퇴한 후 이곳으로 돌아와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 얼마나 멋있을까 생각했다. 이 대통령이 은퇴 후 외롭지 않게 사는 길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서울은 외로워도 고향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이 대통령, 고향으로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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