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을 고르다가.....
2013-02-14 (목) 12:00:00
비단은,
손까시래시에도 견디지 못하고
제물에 푸즈가 나가는 성감대
명이 짧아, 미인박명이란 맞는 말이야
배[梨]를 좀 봐
살결이야 울퉁불퉁 거칠어도
씹을수록 단물이 입 안에 가득 차오르지
결 고운 사과보다 육감적이야
내사 삼베옷을 걸친 시골 아낙이 되기로 했어
이제 맘놓고 삼베를 고를 거야
(비단은 애시당초 내 생리엔 맞지 않았어)
둘둘 말려 올라간 베 치맛자락 아래로
내 싱싱한 장딴지를 보아 줘
지치지 않고 지옥까지 걸어갈 수 있어
가면서, 종아리가 벌겋도록
삼베 거친 올에 스치는 촉감 짜릿하게
즐. 길. 거. 야.
삼베 거친 올이
가려운 곳엔 제격이지
적삼에 긁혀 벌겋게 부푼 가슴 언저리
차라리 선정적으로 보일 거야
이 인원 (1952- ) ‘비단을 고르다가.....’ 전문
비단을 사러 간 여자가 비단을 고르다가 그만 삼베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촉촉이 흐르는 비단의 매끄러움보다 올 거친 삼베가 맘에 든 것이다. 성긴 삼베 옷자락에 스쳐 장딴지가 긁히고 가슴이 벌겋게 부풀어 오를 때, 아픔까지도 짜릿하게 즐기리라 한다. 산전수전 겪으며 지옥까지도 걸어서 갈 수 있다는 삼베는 육감적인 옷감이다. 비단같이 불편한 귀족의 삶을 내던지고 살을 에는 아픔의 생을 선뜻 선택하는 여자. 천민적 삶, 그 낮고 건강한 선정미가 재미있다.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