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해도 기근(饑饉)의 진상

2013-01-29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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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조 때 궁중에서 주로 소비된 쌀은 어느 지방의 쌀이었을까. 황해도에서 나는 쌀이었다고 한다. 황해도에서 나는 쌀은 만생종이다. 그 쌀로 밥을 지으면 찰지고 맛이 좋아 궁중에 많이 진상되었다는 것이다.

쌀뿐이 아니다. 궁전을 짓고 개수하는 데 필요한 소나무 등 목재도 황해도 산을 으뜸으로 쳤다. 그래서 끊임없는 진상에, 또 부역에 시달린 게 황해도 주민이었다고 한다.

곡창하면 예부터 호남지역이었다. 수송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그 시절 그러나 그 호남의 쌀과 진상품이 도성에 도착하기까지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서울 도성과 가장 가까운 지역은 경기도다. 택리지에 따르면 경기도는 당시 소산이 신통치 못한 메마른 편이었다. 그리고 그나마 그 중 기름진 땅은 당시 힘께 나 쓰던 공경(公卿), 대부 등 벌족의 소유였다.


때문에 궁중에서 필요한 물품 진상에, 온갖 부역에 걸핏하면 지목되고, 그 가렴주구(苛斂誅求)에 원성도 높았던 지역이 황해도였다. 땅이 기름진 편이다. 거기다가 지리적으로도 도성과 가까워 수송도 편해서였다.

그 황해도 땅에서 끔찍한 이야기들이 단편적으로 전해진다. 기근에 시달리다 못해 식인(食人)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황해남도와 북도에 기근이 휩쓸면서 김정일이 사망한 지난2011년12월 이후 최소한 2만 명 이상이 굶어 죽었다는 것이다. 그 굶주림을 못 이겨 아버지가 자녀를 잡아먹고 시신을 파먹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황해도 일대는 북한의 곡창지대다. 그 지역에서 어떻게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가뭄에 홍수 등 천재지변이 잇단 탓인가. 그보다도 인재(人災)가 주 원인인 것으로 아시아프레스는 밝히고 있다.

북한 내 최대 곡장지대다. 그 황해도는 동시에 인민군이 가장 많이 배치된 지역이다. 그 군이 군량미 확보란 명목으로 광까지 뒤져 곡물을 거두어간다. 그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김정은이 머물고 있는 곳, 북한의 도성에 쌀을 대는 것도 황해도의 몫이라고 한다.

평양에서는 요즘 갖가지 대형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맞아 온갖 공사가 벌어진데 이어 김정은 시대를 알리기 위해 고층 아파트 건설에서 위락공원을 개발하는 등 요란한 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동원된 인력이 최소 수 만 명으로 이들이 먹는 식량도 황해도 일대에서 거두어들이면서 곡창지대의 주민들은 오히려 굶주림에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이 평양의 바로 코 밑인 그 재난지역을 방문했다는 보도는 없다. 대신 나오는 보도는 장거리 미사일발사 불장난에 수 억 달러를 날리고 위락공원이나 찾아가 희희낙락하는 모습이다. 그 체제가 도대체 얼마나 지탱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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