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계사년 새해맞이 덕담

2013-01-05 (토)
크게 작게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새 해가 됐다. 벌써 나흘이나 지났다. 빠르다. 어떤 사람은 ‘새해가 시작됐으니 이 해도 벌써 반은 지나간 것 아니냐’란 말을 한다. 지난해를 생각해 보면 그렇다. 하지만 361일이나 남았다. 올해는 계사년이자 흑사년이다. 뱀 띠 해다. 뱀 중에서도 검은 뱀이다. 뉴욕 해리만 스테이트 파크의 산엔 흑 뱀이 산다. 산행 중에 가끔 만난다.

새해를 맞이했으니 덕담이 하고 싶다. 힘이 되고 격려가 되는 말을 덕담이라 하는데 새해 2013년을 맞아 힘과 격려가 되기를 바람이다. 첫 번째는 건강하게, 두 번째는 지혜롭게, 세 번째는 행복하게 사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건강, 지혜, 행복은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야 되는 것도 있지만 하늘이 주는 쪽이 있음도 경험해 본다.


지난 30일. ‘신바람 건강법’으로 국민건강을 위해 힘써 오던 연세의대 외래교수 황수관박사가 호흡곤란을 일으켜 병원에 입원했다, 별세했다. 사인은 급성폐혈증과 다발성장기부전. 67세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해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건강법을 얘기해, 보는 사람과 듣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었다.

인명은 재천. 아님, 운명은 재천. 우리네 목숨 줄이 하늘에 달려 있음을 실감케 한다. 그래도 사는 동안은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올 한해를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우선 자신이 좋아하는 나쁜 습관과 기호부터 잘라내야 한다. 그것은 백해무익의 담배 피우기와 도를 넘으면 안 되는 술 마시기 등이다. 금연과 금주. 올 한해 건강법 유지의 첩경이다.

그러면 고 황수관박사의 경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사람이 아무리 건강해도 하늘이 부를 때에는 가야하는 것이 인생임을 알게 하는 지혜를 우리에게 선물하고 갔다. 건강하다고 너무 과신해서도 안 된다는 교훈이다. 지혜는 지식과는 다르다. 지식은 학습, 즉 앎이며 지혜는 깨달음이다. 깨달음은 직접경험과 간접경험을 통해 온다.

젊은이에게는 지식이, 노인에게는 지혜가 있다. 90난 아버지가 70된 아들에게 “오늘도 차 조심해라!”며 주는 교훈은 지혜에서 나온 말이다. 단돈 한 푼을 아끼려다 귀중한 목숨을 잃어버리는 일들이 종종 있다. 지혜부족이 원인이다. 좀도둑이 가져가면 얼마나 가져가겠나. 욱! 하는 성질은 지식으로는 잡지 못한다. 지혜로 다스려야 한다.
노자는 지(知)와 욕(慾)을 다툼의 근원으로 보았다. 그러나 ‘한 가지 아는 것’은 예외로 부와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했다. 지족(知足)이다. 지족자부(知足者富), 즉 만족할 줄 아는 자가 부자요 행복한 자가 된다는 노자 행복론의 입문이다. 행복이란 이렇듯 마음의 만족에 있다. 재물이 아무리 많아도 만족하지 못하면 행복하지 않다.

사람들은 큰 행복만을 지향하며 바라본다. 작은 것은 행복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작은 행복일수록 더 행복함을 느껴야 한다. ‘젊은이들이여 비전을 가져라!’라는 말이 있다. 비전은 꿈이다. 꿈은 클수록 좋다. 그러나 그 꿈이 이루어졌다고 행복도 정비례하여 큰 꿈처럼 부풀어 생기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물에서 노니는 물고기는 물속의 즐거움이 있다. 사람에겐? 세상이 물이다. 사람은 세상 속에 노니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부귀영화가 주어지지 않았고 없더라도 일상 안에서의 작은 즐거움도 행복으로 알고 살아가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자다. 몽골에 가면 둥근 게르안에서 온 가족이 전기도 없이, 우물도 없이 사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았다.

그들은 세수를 못해 석탄 칠 한 것처럼 손이 까맣다. 그래도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행복과 즐거움은 어찌된 일이었을까. 그 때 보았던 그들의 순수한 마음. 너무나도 착하고 부드럽기만 했던 몽골인들의 가난은 가난이 아니라 참 행복 같았다. 즐거움과 행복이란 물질의 풍요 안에서만 있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한 곳이 몽골이었다.

계사년 덕담을 정리해 본다. 올 한 해 첫째는 건강을 돌보고 둘째는 지혜롭게 살기를 힘쓰고 셋째는 행복을 바라며 살아보자. 건강. 육신의 건강도 챙기고 마음의 건강도 돌보자. 지혜. 뱀처럼 지혜롭게 깨달음 속의 한 해를 살아보자. 행복. 목마를 때 물 한모금의 만족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한 해가 되게 하자. 계사년을 맞은 모두에게 건강, 지혜, 행복이 넘치기를 기원해본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