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격의 고수가 되라”

2012-11-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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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

링컨 자서전에 나오는 얘기다. 한번은 오웬 러브조이(Owen Lovejoy)라는 링컨 대통령의 참모가 대통령의 서명이 담긴 중요한 명령 문건을 가지고 에드윈 스탠턴(Edwin Stanton) 국방장관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는 명령서를 쳐다보지도 않고 무시해 버렸다.

러브조이가 엄숙하게 말했다. “이것은 대통령의 명령입니다. 잘 살펴보십시오.” “아니 정말 링컨이 이런 맹꽁이 같은 명령을 내렸단 말이요?”라고 스탠턴이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라고 참모가 대답했다. 스탠턴은 불같은 성격을 누르지 못하고 “그렇다면 그 사람은 분명 천치바보 맹꽁이지!”라며 소리쳤다. 백악관으로 돌아온 참모는 국방 장관실에서 있었던 일 그대로 링컨에게 보고했다. 링컨은 “정말 그 친구가 나더러 천치바보 맹꽁이라고 하던가?” “예, 그것도 여러 번 그랬습니다.” 참모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대답했다.


링컨은 한참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얼굴을 쳐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스탠턴이 정말 나더러 천치바보 맹꽁이라고 했다면 아마 정말 그게 사실일거야. 그 사람 말은 대개 맞으니까... 내가 직접 가서 만나보고 내게 무슨 탈이 생겼는지 자세히 알아봐야 겠어.”

얼마나 자신 만만하고 의연한가. 얼마나 인격적 고수(高手)인가. 얼마나 여유 있는 큰 리더의 모습인가. 링컨의 내면은 화강암처럼 단단하면서도 겉은 솜털처럼 부드럽고 온유했다. 문자 그대로 그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리더였다. 나중에 이 말을 전해들은 스탠턴은 큰 감화를 받았고, 결국 링컨의 측근 각료가 되었다.

훗날 링컨이 남부의 암살범이 쏜 총에 맞았을 때, 제일 먼저 달려온 사람이 스탠턴이었다. 그가 운명하는 순간 침상에 무릎을 꿇고 앉아 “이제 링컨은 모든 시대를 초월한 위대한 인물이 되었다”라고 크게 애도하였다.

어떤 라이벌까지도 끌어안고 동지로 만든 링컨은 과연 큰 리더였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인간관계의 대가였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따라 올수 없는 인격적 고수였다.
인격의 최고봉은 책임감이다. 책임감이란 남의 허물과 약점을 대신 끌어안는 것이다. 어린 소년 다윗이 이스라엘의 리더가 된 것은 사울 왕을 위시하여 이스라엘 백성 모두가 두려워하는 골리앗을 책임지려고 용기있게 앞장섰을 때부터다.

모세가 리더가 된 것도 마찬가지다. 모세가 하나님이 주신 십계명 돌판을 들고 시내산에서 내려와 보니 아론과 이스라엘 백성이 합심하여 금송아지를 만들어 놓고 절하고 있었다. 이것을 내려다본 하나님이 진노하여 패역한 이스라엘 백성을 다 쓸어버리겠다고 했을 때, 모세는 하나님께 나와 이렇게 간청한다.

“슬프도소이다 이 백성이 자기들을 위하여 금신을 만들었사오니 큰 죄를 범하였나이다 그러나 합의 하시면 이제 그들의 죄를 사하시옵소서 그렇지 않사오면 원컨대 주의 기록하신 책에서 내 이름을 지워버려 주옵소서.”(출애굽기 32:31-32)라고 대신 책임을 지고 나섰다.

하나님은 백성의 허물을 대신 끌어안는 모세의 책임감을 보시고 감동하셨다. 당신은 모세와 링컨처럼 사람을 감동시키는 리더가 되고 싶은가. 무엇보다 포용과 책임감으로 가득한 인격의 고수(高手)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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