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프리마 돈나’다이카 애절한 노래 열연

2012-11-2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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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오페라, 푸치니 오페라‘나비부인’ 공연… 바리톤 김무섭 출연 호평

‘프리마 돈나’다이카 애절한 노래 열연

핑커튼 대위 역의 브랜든 조바노비치와 초초상 역의 옥사나 다이카가 신혼 첫날밤 사랑을 나누고 있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Madame Butterfly)은 기다림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금은 천연기념물이 된 여인의 수절, 기약 없는 기다림, 유혹에의 거부, 죽음까지 가져가는 일편단심은 지난 100여년동안 비극적인 사랑과 운명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절한 눈물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며 쉼 없는 사랑을 받아왔다. 초연 당시로는 대단히 이국적인 일본 나가사키 항이 배경인데다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목숨까지 버리는 게이샤의 순애보 스토리는 동양에 대해 팬터지를 가졌던 유럽 음악팬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았고, 이후 ‘라 보엠’ ‘토스카’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공연되는 푸치니의 명작으로 손꼽혀 왔다.

LA 오페라가 지난 17일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에서 막을 올린 ‘나비부인’은 유명 감독 론 대니얼스가 연출을 맡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프로덕션으로, 전통적인 ‘나비부인’을 보여준다. 흐드러진 벚꽃 풍경과 단순하지만 매혹적인 무대세트, 다양한 기모노 의상 등이 아름다운데 무엇보다 좋은 것은 두 주인공 초초상과 핑커튼 대위 역의 소프라노 옥사나 다이카(Oksana Dyka)와 테너 브랜든 조바노비치(Brandon Jovanovich)의 호연이다.

옥사나 다이카는 15세의 꽃다운 나비아가씨를 표현하기엔 몸집이 너무 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그의 열연은 이 오페라를 이끌어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나비부인’은 주인공 소프라노가 2막 내내 쉬지 않고 노래하는 ‘프리마 돈나 오페라’인데, 다이카는 풍부한 성량과 강렬한 표현력으로 눈물 나도록 애절하고 격정적인 장면들을 노래해 무대와 청중을 사로잡았다. 조바노비치 역시 경박하지만 정열적인 미군 대위 역을 시원하고 수려하게 열연했다. 또 한인 바리톤 김무섭이 초초상에게 청혼하는 야마도리 공으로 출연했는데 잠깐의 장면이었지만 썩 잘 어울리는 좋은 공연을 보여주었다.


이번 오페라의 지휘는 LA 매스터코랄의 음악감독 그랜트 거숀이 했는데 푸치니의 서정적 선율들을 군더더기 없이 수려하게 들려주었다.

‘나비부인’의 남은 공연 스케줄은 25일 오후 2시, 28일·12월1일·6일 오후 7시30분, 9일 오후 2시 등 5회이다. 티켓은 19달러부터 293달러까지. www.laopera.com, (213)972-8001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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