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의 새로운 미래 가능할까

2012-11-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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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미국의 위상이 쇠락하고 있다. 소련붕괴 이후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세계를 호령하던 미국은 아직도 군사력으로는 당할 나라가 없다. 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해줄 경제력이 미약해지고 있다. 새로이 부상하는 중국에 추월당하면 지금의 정치, 군사역량도 어쩔 수 없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후 세계 경제침체가 지속되고 미국의 실업률 또한 지난 1929년 대공황이후 최고치에 이르고 있다. 2차세계대전이후 자본주의 지배계층의 탐욕과 승자독식으로 빈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계급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제조업보다는 손쉽게 떼돈을 버는 금융업에 치중한 미국경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무너지면서 정부는 도산한 금융업자들에게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국민의 세금으로 쏟아부어 적자를 심화시켰다. 미국은 중국, 일본 등에 막대한 채무국으로 전락하였고 나라가 어려워지니 미국으로 이민온 한인들도 경제강국이 된 한국민들에게서 업신여김을 당하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은 전세계인이 이민와 살고 싶어하던 동경의 나라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메리칸 드림이 세계를 지배하였다. 노력만 하면 잘 살 수 있는데다, 자녀교육도 남부럽지 않게 잘 시킬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미국에 이민온 한인들은 계모임을 통해 손쉽게 만든 목돈으로 야채가게나 생선가게, 세탁소 등을 차려 한가족이 넉넉하게 잘 살 수 있었다. 자녀들도 열심히 가르쳐 대체로 좋은 대학을 나와 잘나가는 직장에서 보란듯이 잘들 살고 있다. 풍요로운 미국, 기회의 나라 미국에 이민온 한인들이 부러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10년전만 해도 경제적인 호황을 구가하며 세계를 주름잡던 미국이 이제는 침몰이냐 아니냐 하는 말이 나올 정도의 위기상황이다. 지금 미국정부의 빚은 16조 4,000억으로 한해 이자만 해도 2,000억 달러에 이르고 그 이자도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새로운 공황은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새로운 경제공황에 빠져드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내년도 세계의 경제를 희망적으로 예측하는 경제 전문가는 없고 모두가 더욱 더 어두운 전망을 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들의 생활을 지켜주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쓴다 뭐 한다 애를 쓰고 있다. 이것도 잠시 충격을 완충시키는 정도뿐이지 공황의 여파는 근본적으로 쉽게 극복되지 못해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국민들은 열악해진 상항에 어쩔 수 없이 견뎌나가고 있을 뿐이다.

재선된 오바마는 문제 해결의 핵심인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부자증세로 세금을 늘이되 중산층이 내야 하는 세금은 낮추겠다는 방안을 택했다. 이것이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쉽게 받아들여질까? 오바마 정부의 새 임기가 시작되는 내년 초 공화, 민주 양당은 또 다시 정부지출 한도를 놓고 치열한 정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부유층을 대변하는 공화당은 분명 노인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예산을 위해 나라가 부도가 나건 말건 한 푼도 더 낼 수 없다고 완강하게 버틸 것이다.

실업률이 높은데다 이자율이 낮고 경제가 침체되어 있는 불황일수록 정부지출을 늘려 아래로부터 광범한 수요를 창출하여야 국민 소득이 높아져 재정수입도 늘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부자감세를 끝장내 나라재정을 확충하고 세계 최대 막중한 군사비를 줄이면 미국의 고질인 재정적자는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탐욕을 줄이고 고통분담의 애국정신 아래 또 한 번의 계급간 대 타협이 미국을 위기에서 구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선의 오바마 행정부는 과연 반이민적 입장을 가진 의원들을 상대로 한 이민개혁 등의 난제들을 극복하며 직면한 경제위기를 해결해 새로운 미국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까.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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